[바이블시론] 빚의 무게와 민스키 모멘트

국민일보

[바이블시론] 빚의 무게와 민스키 모멘트

윤만호 EY한영 부회장

입력 2020-09-25 04:04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2020년 6월 말로 자그마치 1637조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향후 한국경제의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이는 국민 1인당 부채가 약 3200만원 수준이고, 4인 가족 기준으로는 가구당 약 1억3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코로나 사태와 경기 침체로 인한 생활고,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주택자금 수요 증가 그리고 ‘동학개미’들의 주식 매입을 위한 신용공여가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환 능력이 없는 서민들이 장차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만나게 될 채무상환 부담이 걱정된다.

한국 기업들도 빚이 많이 증가했다. 기업들의 은행 대출 잔액은 2010년 535조원에서 2020년에는 947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저금리 시대에 부채를 늘리는 것이 경영 전략상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니지만 성장이 멈춰버린 이 시대에 부채 증가는 자칫 기업의 원리금 상환 부담과 연체, 부실,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부채비율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무려 589%(1000대 상장사 기준)에 달했으나 2020년에는 174%를 유지하고 있어 기업의 재무구조 체질은 많이 개선됐다.

국가채무도 코로나 사태로 인한 4차례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으로 불가피하게 많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10년 31% 수준이었으나 2020년에는 40%를 훌쩍 뛰어넘어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는 추세이고, 국가채무액도 798조원으로 국민 1인당 1540만원에 해당하는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국가별 재정 건전성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 및 유럽 국가들보다는 아직 건전한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과 세계적 실물경기 위축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 재정이 나라마다 시행되고 있어 장차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돼 나갈지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 세계에 막대하게 풀린 돈은 선순환의 경제 활동에 바로 투입된다기보다는 부동산이나 증권, 원자재 시장에 쏠리는 유동성 장세로 자산 가격을 연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산버블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이며 워싱턴대 교수인 하이먼 민스키가 발표한 민스키 모멘트가 그것이다. 과도한 부채와 풀린 유동성으로 경기 호황을 누리다가 채무상환 능력이 악화하면 결국 건전자산까지 매각하게 되는 시점이 도래하며 이때 자산가치 폭락과 금융시스템 붕괴 위기를 연이어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누적된 부채가 임계점을 지나면 둑이 무너지듯 자산가치 붕괴와 경제 위기로 분출되는 시점이 민스키 모멘트다.

성경에서 빚에 대한 교훈은 신명기와 잠언에 나온다. “그는 네게 꾸어줄(꾸일)지라도 너는 그에게 꾸어주지(뀌지) 못하리니 그는 머리가 되고 너는 꼬리가 될 것이라”(신 28:44)는 말씀처럼 빚을 쓰면 꼬리가 될 것이라고 훈계한다. “빚진 자는 채주의 종이 되느니라”(잠 22:7)는 구절을 통해서도 빚으로 인해 종의 신분이 된다고 말씀하고 계신다. 빚을 안 지려야 안 질 수 없는 요사이 젊은이들의 삶이 너무나 안타깝다. 빚을 지고 싶어 지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관리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빚의 수준은 나를 빚에 예속되게 만든다.

은혜로운 믿음 생활을 위해서도 빚의 무게를 새삼 느껴보고 민스키 모멘트에 처할 상황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크리스천들은 세상의 빚은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최소화하고 하나님께 받은 복음의 빚을 갚기 위해 살아가야 한다. 더 나아가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대로 복음의 빚의 무게를 느끼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윤만호 EY한영 부회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