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무도 찾지 않는 죽음… 지난해 무연고 사망 2536명 [이슈&탐사]

국민일보

[단독] 아무도 찾지 않는 죽음… 지난해 무연고 사망 2536명 [이슈&탐사]

3년 전에 비해 40% 가까이 늘어

입력 2020-10-05 04:08

김태성(가명·62)씨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건 지난 4월 18일이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에 사는 그는 그날 집주인에게 4월분 월세를 냈다. 이후 그를 본 사람은 없었다. 집에 찾아온 이도 없었다.

한 달 가까이 지난 5월 12일에서야 김씨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존재를 알린 건 악취였다. 집주인은 ‘냄새가 난다’는 다른 세입자 말에 김씨 집을 들여다봤다가 시신을 발견했다. 옆에는 빙초산 원액이 절반가량 남아 있는 병이 놓여 있었다. 음독으로 추정되지만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수소문해 찾은 형은 “서로 안 보고 산 게 20~30년 됐습니다. 사체를 포기합니다”고 했다.

김씨처럼 홀로 죽음을 맞는 무연고 사망자가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4일 집계됐다. 통계는 최소치라 실제 무연고 죽음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연이 없는 죽음이 지난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緣) 없는 죽음 2536명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2536명으로 3년 전인 2016년(1820명)에 비해 40% 가까이 늘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1820명, 2017년 2008명, 2018년 2447명, 2019년 2536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무연고 사망자는 숨진 후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위임하거나 연고자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마저도 최소치라는 게 현장 이야기다. 서울시는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를 486명으로 집계했다. 그러나 서울 공영장례 지원단체 ‘나눔과나눔’ 관계자는 “지난해 나눔과나눔이 모신 무연고 사망자가 430여명이었다”며 “공영장례 없이 바로 화장터로 가신 분들도 있다. 체감상 총 사망자는 486명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올해 8월까지 나눔과나눔을 통해 장례를 치른 무연고 사망자는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이 관계자는 “지금 같은 추이라면 올해 말까지 무연고 사망자가 6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연고 사망자 대부분은 유가족이 있었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1583명(62.4%)은 연고자를 찾았지만 장례비용 등으로 인해 시신 인수를 포기해 무연고 시신이 됐다. 가족들은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이나 단절된 관계 때문에 연을 외면한다고 했다. “자식 된 도리로 모셔야겠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 생활고로 죽고 싶습니다.” “아버지를 안 보고 산 지 15년이 넘었습니다.” 올해 서울에서 화장된 무연고 사망자의 유족이 남긴 시신 처리 위임서는 다른 가족들의 사정을 짐작케 했다.

존엄성 훼손된 죽음

빈곤과 단절로 만들어진 무연고 죽음이 늘고 있지만 관련 정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죽음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서울 중구의 쪽방 주민 김모(74)씨는 지난해 7월 강원도 춘천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그는 서울시 공영장례조례에 따라 주소지인 서울로 운구돼 공영장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춘천에서 장례의식 없이 화장됐다. 사망지가 춘천이라 지원이 불가하다고 여긴 지자체 판단 때문이다. 화장 사실도 사망 5개월 뒤 공고됐다. 서울시는 뒤늦게 김씨 유골을 서울로 이송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춘천에서 흩뿌려진 뒤였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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