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도요타의 연공서열 폐지

국민일보

[한마당] 도요타의 연공서열 폐지

배병우 논설위원

입력 2020-10-06 04:05

도요타자동차는 일본식 경영의 상징으로 꼽히는 ‘연공서열식 임금’과 ‘종신고용제’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이런 도요타가 임금 인상 폭을 성과 평가로만 결정하는 새로운 임금제도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지난달 30일 조합원 7만명의 도요타자동차 노조가 이런 내용의 신 인사제도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도요타 직원의 연봉은 연공서열에 따라 매년 일률적으로 인상되는 금액(직능기준급)과 성과 평가에 의해 차등적으로 인상되는 금액(직능개인급)을 합쳐서 정해진다. 도요타는 직능기준급을 없애고 성과에 따른 직능개인급으로 임금 인상 기준을 일원화하는 방식을 노조에 제안했고, 노조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직위에 따른 급여 인상 폭 상한도 폐지해 성과가 좋은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의 임금 격차가 더욱 커지게 됐다. 이런 움직임의 저변에는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확대, 자율주행차의 대두 등 자동차산업의 격변이 있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오판해 전기차 양산체제로의 전환이 늦었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1~7월 전기차 판매량은 현대기아차에도 뒤져 5위로 밀려났다. 도요다 아키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봄 임금협상 타결을 미루며 “도요타는 지금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것을 노조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도요타의 임금체계 개편은 비용 절감만 노린 게 아니다. 기존 자동차업계의 조직과 관행으로는 버틸 수 없어 구조적 전환을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인공지능(AI)이나 새 소프트웨어에 해박한 20, 30대 인재를 확보해야 경쟁력이 있는데, 이를 위해 연공서열 임금체계를 혁파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과거와 달리 노사 협력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국내 제조업체 대부분은 여전히 연공서열식 임금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최대 기업 도요타의 임금체계 개편은 한국 기업에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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