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 된 태아가 세포라니… 10년째 거리에서 ‘생명 존중’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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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 된 태아가 세포라니… 10년째 거리에서 ‘생명 존중’ 외침

[너는 세상의 빛] <1> 서윤화 험블미니스트리 대표

입력 2020-10-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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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자신의 형상에 따라 인간을 창조하신 뒤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하셨다.(창 1:31)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우리는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이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낙태율과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이어 임신 14주까지 여성의 임신 중단(낙태)을 가능하게 한 정부의 낙태법 개정안 입법예고는 생명경시 풍토를 조장할 수 있다. ‘너는 세상의 빛’ 시리즈는 곳곳에서 한 생명을 귀히 여기고 돌보는 이들을 소개한다.

서윤화 험블미니스트리 대표가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교회에서 낙태의 옳지 않음과 함께 용서와 치유에 대한 메시지가 선포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서윤화 험블미니스트리 대표는 2011년부터 성탄절 시즌에 서울 홍대와 강남 일대에서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아름다운 피켓’ 캠페인을 하고 있다. 성탄절 전후 준비되지 않은 성관계로 인한 낙태를 예방하기 위해 피켓을 들고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합시다’라는 구호를 외치는 캠페인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 대표는 “2011년 겨울 우연히 설교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매년 성탄절 즈음에 발생한 임신으로 인한 낙태율이 높다는 내용이었다”면서 “‘그동안 교회는 뭐했지’라는 생각에 눈물을 펑펑 흘렸다. 크리스천들이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고 축하하는 그때 잉태된 태아들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었다. 축제의 자리에 있을 게 아니라 죽어가는 태아들을 위해 어떤 일이든 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첫해 교회 청년들과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명동 강남 등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당신은 세상의 빛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이 메시지를 통해 한때나마 하나님의 존재를 알았던 사람 한 명이라도 불미스러운 일을 철회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백석대 신대원생으로 공부하며 사역하던 서 대표는 2014년 이 사역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도했다. 응답을 받은 그는 그해 겨울 거리에 나갔을 때 낙태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강한 문구의 팻말을 들었다. 우리나라의 낙태율과 함께 ‘낙태는 살인’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거리의 사람들은 서 대표 일행의 외침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낙태’란 단어에 고개부터 돌렸다.

“기분 좋은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거리에 나온 이들은 대부분 낙태방지 캠페인을 불편해했어요. 몇 년간 캠페인을 하면서 사람들이 외면하는 캠페인은 의미 없다고 생각했죠. 캠페인의 목적은 낙태한 사람들을 정죄하고 죄책감을 느끼도록 하는 게 아닌 낙태를 예방하는 일이잖아요. 2016년 ‘아름다운 일을 위해, 아름다운 피켓을 들다’라는 표어로 ‘아름다운 피켓’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는 캠페인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더라고요.”

자원봉사자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의 한 거리에서 ‘아름다운 피켓’ 캠페인을 하고 있다. 험블미니스트리 제공

서 대표는 현장 설문조사로 태아에 대한 인식을 물었다. 참여자들에게 ‘태아 발 배지’를 증정해 태아가 생명이라는 인식을 전달했다.

“스티커 설문조사에서 10주 된 태아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진이 생명인지 혹은 세포인지를 물었어요. 세포라고 답하며 스티커를 붙인 사람들은 대부분 무표정했죠. 한 사람은 자신의 엄마가 자기를 낳기 전 낙태한 경험이 있는데 엄마의 큰 죄책감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세포라고 했다고 말했어요.”

태아에 대한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 게시판. 험블미니스트리 제공

서 대표는 캠페인을 할 때마다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진행했다. 다른 봉사처럼 눈에 띄는 열매는 없어 보여 지치기도 했다. 그러나 3년 전 캠페인에 참여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뿌듯했다고 했다.

“친구 권유로 억지로 캠페인에 참여한 A씨가 있었어요. A씨는 20대 초반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임신한 적이 있었는데 이를 방치했고, 결국 여자친구가 낙태했거든요. 죄책감이 있던 그는 캠페인에 참여한 뒤 친구 B씨의 전화를 받았대요. ‘여자친구가 임신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며 상담한 전화였죠. A씨는 낙태하지 말라고 권했고 B씨는 여자친구와 결혼해 건강한 아이를 낳았대요. 캠페인이 한 생명을 구하는 데 쓰였다니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험블미니스트리는 2018년부터 기독교자살예방센터와 협력해 자살예방캠페인 피켓을 제작하는 등 캠페인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턴 CCM 등 다양한 문화 사역도 진행한다. 서 대표는 낙태 예방을 위해 생명존중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모가 다음세대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해야 하고, 학교에서도 낙태예방 교육 등 생명존중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낙태가 합법화된다고 해서 여성의 죄책감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남성은 성관계와 그에 따른 임신에 대해 책임이 경감된다고 생각할 수 있고, 여성은 낙태로 인해 불임이나 습관성유산, 우울증 등의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낙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임신 출산에 대한 남성의 책임을 강화하고, 여성들이 낙태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출산하고 입양을 보장하는 법 제정과 함께 국가 양육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원치 않는다고 해서 태아가 ‘세포’가 될 순 없습니다. 내 미래와 경제적 형편에 따라 한 생명이 죽임을 당할 순 없습니다. 한국은 매년 5만여건의 낙태가 이뤄집니다. 교회 내에서도 낙태를 경험한 이들이 있을 텐데 생명, 낙태에 대한 설교를 듣긴 힘듭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를 용서해주시고 치유하시는 분입니다. 교회에서 낙태의 옳지 않음과 함께 용서와 치유에 대한 메시지가 선포돼야 합니다. 교회와 크리스천이 생명을 살리는 일에 힘을 모아주시길 기도합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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