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석 칼럼] 월급 200만원 3년, 직업군인제

국민일보

[오종석 칼럼] 월급 200만원 3년, 직업군인제

입력 2020-10-14 04:01
BTS 병역특례 소모적인 논란
사회 갈등 해소, 인구 감소 등 고려하면 모병제 검토 필요

애국심으로 자랑스럽게 자원입대해 3년 근무 시 7천만원 목돈 모아 사회 연착륙도 도움

군 경력이 사회에서 우대받고 인센티브 되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국민 공감대 형성이 중요



세계적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병역특례 관련 논란이 한창이다. BTS는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류 전파는 물론 유엔 연설 등 각종 활동을 통해 국위 선양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요즘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외화도 더 많이 벌어들이고 있다. 그런데 BTS 멤버 가운데 최연장자인 진은 현행 병역법상 내년 말까지 무조건 입대해야 한다. 막내 정국의 입대까지 고려하면 몇년 동안 BTS 완전체를 볼 수 없게 된다.

유명 스포츠 스타나 대중문화예술인 등의 병역문제는 종종 논란이 되고 있다. 힘 있고 돈 많은 사람의 병역 비리는 뉴스의 단골 메뉴다. 대한민국 젊은 건아들은 누구나 예외 없이 입대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헌법이 규정한 병역의무는 남북이 대치하는 분단국가에서 가장 당연하고, 공정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됐다. 그런데 이제 고민할 때가 됐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가장 왕성한 시기에 건장한 청년 모두가 반드시 입대하는 것이 지금 이 나라에 꼭 필요한 것인지. 징병하지 않고, 본인 의사에 따라 직업군인을 유지하는 모병제로 가는 것은 어떤지.

모병제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우선 인구 감소로 현역으로 입영할 수 있는 자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대안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남자아이 출생 등을 감안할 때 현역입영 대상자 수는 20년 후엔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지금 같은 병력수급 시스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모병의 경우 자율적 선택에 의한 권리가 보장되며 숙련병 및 첨단 전문기술 요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의 징집 시스템으로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 제대로 총도 쏘지 못하는 ‘당나라 군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현재 18~21개월인 군 복무기간으로는 숙련병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자발적 입대를 하면 병역 비리 자체가 사라진다. 직업 공무원이므로 군에서 구타나 가혹 행위도 현저히 줄어들면서 조직력이 강화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군 가산점 역차별과 병역기피, 남녀 간 갈등, 군 인권 학대와 부조리 등 사회적 갈등도 사라진다. 청년실업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취업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전문 직업군인들과 달리 기간은 3년쯤으로 하고, 월급은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200만원 정도 주면 유인 효과가 충분히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만2480원이다. 청년취업이 바늘구멍 통과할 정도로 어렵다면 일단 군에 자원입대해 월급도 받으면서 미래의 직업관에 대해 성숙한 고민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의식주가 해결되는 군에서 3년 근무 시 7000여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어 창업자금 등 사회에 연착륙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될 수도 있다.

모병제는 그동안 여야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에는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필요성을 제기했고, 최근에는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한국형 모병제를 주장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전 세계적으로도 모병제가 대세다. 징병제는 주로 공산국가나 아프리카 국가들이 도입하고 있다. 단점으로 전투력 유지에 불균형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현대전의 승패는 병력이 아니라 정보와 기술, 경제력 증강에 달렸다. 모병제를 통해 군 현대화를 이루면 훨씬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 또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제기되는 재정적 측면의 경우 모병제의 단계적·효율적 운영과 납세의무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월급 200만원을 25만명(모병제 적정인원 추정)에게 지급하면 매달 5000억원, 연 6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내년 국방예산 53조원의 11%에 해당하는 규모지만 군 병장의 월급이 약 61만원으로 인상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그렇게 큰 부담이라고 할 수 없다. 재력이 있는 입대 연령대 당사자나 부모로부터 자발적인 병역기부금을 모금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제일 중요하다. 흙수저가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는 군대가 아니라 애국하는 마음으로 자랑스럽게 자원입대하는 풍토가 형성돼야 한다. 군대 경력이 사회에서 우대받고, 인센티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당장 전면적인 모병제로 가지 않더라도 점진적, 부분적 모병제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

논설위원 jsoh@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