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호호 찾아가 ‘섬기는 전도’…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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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호호 찾아가 ‘섬기는 전도’…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시대 이제는 문화전도다] 문화로 소통하는 동일교회 <3>

입력 2020-10-1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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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동일교회 성도가 지난달 대파 농사를 하는 할아버지를 방문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생활 속에서 착한 행실을 지속해서 실천하기로 했다. 비호감이 쌓여가는 요즘 민심을 돌이킬 방법이 쉽지 않아 보였다.

이전에 하던 대로 대충 서성거릴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아무리 옳다며 생명의 복음을 전하려 해도 세상의 벽이 점점 더 견고해지는 상황을 간과할 수 없었다. 이 벽을 깨뜨릴 방법을 찾아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는 절박함이 밀려왔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교회는 편한 길을 걸어왔다. 하나님께서 도와주신 은혜의 때, 감사를 모르고 지내온 시간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돼 가슴속에서 울음이 됐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향해 강론하셨던 산상수훈 말씀이 바로 이 시대를 뚫고 나갈 수 있는 생명의 말씀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면의 변화, 성숙한 신앙인의 삶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웃을 향해 다가가는 적극적인 착한 행실, 실천이 부족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본격적으로 설교하고 광고에 집중했다. 성도들을 일일이 설득해갔다. 처음에는 10여 가정이 참석하더니 매주 참여자가 늘어나 규모가 점점 커졌다. 이제는 수십 가정이 자녀와 손을 잡고 토요일에 교회로 온다. 선한 이웃이란 이름으로 한마음이 돼 중보기도를 하고 준비한 선물 보따리를 챙겨 들고 각자 맡은 가정을 향해 간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 가정, 질병으로 돌볼 사람이 있는 가정, 홀 부모 가정 등을 먼저 찾아갔다.

우선 냉장고를 챙겨드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섬김이 점점 더해가면서 어떤 분은 집 안 청소에서 심부름까지 점점 도와 드릴 일이 늘어갔다. 그러나 누구도 착한 일을 하면서 짜증 부리거나 게으름 피우는 사람이 없었다.

부담스럽다고 거절하기도 하고 전달한 선물을 되돌려주시는 분도 있었다. 그만큼 가난하거나 아니면 필요한 물건이 아닐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를 교회로 끌고 가려고 얕은수를 부리는 거 아녀.” “다시는 오지 마.” 화를 내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든 말든 매주 찾아가 인사드리고 작은 선물을 전해드렸다. 교회를 다니시라든지 예수님 이야기라든지 일체의 전도는 하지 않았다.

다만 이웃을 섬기는 게 복된 일이라 생각하고 마땅히 착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매주 성실하게 예수님을 섬긴다고 생각하고 찾아다니자’고 다짐하면서 실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떤 할아버지는 갑자기 손을 잡으시더니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 젊은이 사실 많이 기다렸어. 어여 와.” 이렇게 반겨주시고 미리 싸둔 보따리를 손에 들려주기도 하신다. 만날 때부터 연신 고맙다는 분들도 생겨났다. 6개월쯤 지나니 정이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딸보다 난 거 같혀”라며 눈시울을 훔치는 분들도 계신다.

3주 전에는 여집사님이 숨을 몰아쉬고 뛰어와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요.” 여 집사님은 내 얼굴을 미안한 듯 바라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목사님 일을 저지른 것 같아요.” 무슨 사고가 났나 싶어 물었다. “혹시 교통사고?” “아뇨.” “그럼 뭔데요.” “저희가 사고 쳤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 사시는 가정에 오늘 갔는데요. 장맛비로 대파가 잘 자라지 못해 판매가 어렵다고 하시길래 그만 ‘할아버지, 그거 우리 목사님께 말씀드리면 몽땅 사주실 거 같아요’라고 말하고 왔어요.”

동일교회가 올해 가을 매입하기로 한 대파.

허허하고 웃음이 나왔다. 몇백 평 되는 밭이라고 한다. “그래요, 사드립시다.” 며칠 후 가보니 산골짝에 한 바닥이 모두 대파였다. 꼼짝없이 올해 가을에는 대파 장사를 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마음은 한껏 재미가 났다.

할아버지가 포즈를 취하고 한껏 웃으시며 사진 한 장을 찍어 주셨다. 흐뭇함이 밀려왔다. 그렇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딸 같은 낯선 예수쟁이에게 농산물을 내어주시고 위로가 되셨던 것 같다. 대파 값으로 추석을 차릴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워하셨다.

우리는 둘씩 다닌다.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할아버지, 두 여성 가운데 누가 더 싹싹하고 잘해드리던가요.” 두 분 집사님 앞에서 전화를 드려봤다. 우물쭈물하시면서 대답을 안 하신다. 몇 번을 여쭤봤더니 이렇게 답을 주셨다. “둘 다 착혀, 암 많이 착허지. 둘 다. 근데 아무래도 운전하는 사람이 쬐끔 더 고생하는 거 아니겄슈.” 그 얘기를 듣고 한참을 웃었다.

“할아버지, 그 여자분들이 교회 오시라고 않던가요.” “아, 그런 말은 안 혀. 그런디 큰일 났슈. 넘 미안혀서. 우리가 교회로 한번 찾아가 봐야 할 것 같으유.”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셔요. 그냥 편한 맘으로 대하시면 되요.” 오랜 울림이 있었다.

이제는 누구도 가리지 않고 이웃을 향해 보폭이 점점 넓어져 가고 있다. 더 많은 이웃을 찾아가서 뭐든 전하고 섬기고 사귀기로 했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기까지 사랑의 깊은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어려운 단계라 할지라도 우리는 이 일을 더욱 가속화하려고 한다. 섬김보다 더 복된 삶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수훈 당진 동일교회 목사

[코로나19 시대 이제는 문화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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