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신웅 (9) 신장 공여 수술 앞두고 찾아와 “장로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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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신웅 (9) 신장 공여 수술 앞두고 찾아와 “장로님, 감사해요”

신원보증 보증해 준 출소자 감호소에서 사형수로 영혼 구원 꿈꾼 뒤 주님 믿고 회개하다 신장 기증키로

입력 2020-10-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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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웅 장로(맨 왼쪽)가 1999년쯤 청송교도소 제2감호소 내 교회를 방문한 청와대 경호실 직원들과 크리스천 배우들, 재소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재소자들이 출소하는 날이면 교도소 정문 앞에는 가족들이 모여 출소자를 초조히 기다린다. 나도 그들 옆에서 출소자들을 배웅한다. 징역 보따리를 들고 버스에 오르다가 나를 발견하고 악수를 청하는 사람, 잘살아 보겠다고 다짐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출소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다.

출소 하루 전날 내가 챙겨다 준 출소복이 몸에 꼭 맞는다며 기뻐하는 여성 출소자까지 챙겨 보내고 막 돌아서는데 짧은 머리에 마른 체형의 40대 형제가 느닷없이 “내 차에 타도 되느냐”고 물었다. 출소자는 맞는 것 같은데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2년 전에 출소한 김동수(가명)라고 했다.

며칠 후 신장이식 공여자로 수술할 예정인데 그 전에 나를 만나고 싶어 청송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2년 전 출소에 필요한 신원보증과 취업 보증을 해준 기억이 떠올랐다.

차를 타고 가는 길에 그는 이런 간증을 들려줬다. 4년 전 감호소에서 예수를 전혀 알지 못했을 때 꿈을 꿨는데 사형수가 돼 있었다고 했다. 온몸이 꽁꽁 묶인 채 사형장에 갔는데 목을 거는 밧줄이 눈앞에 일렁이고 있었다. “아, 이제 나는 죽는구나” 공포 속에 떨면서 밧줄 앞에 섰는데 자신의 영혼이 갑자기 공중으로 올라갔다고 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자기의 육신은 목에 밧줄이 걸려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지만, 자신은 숨이 멎지도 죽지도 않았다. “나는 예수 믿고 구원받았다”라고 고함치며 기뻐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꿈에서 깼다고 했다.

꿈을 꾼 뒤 그는 계속 죄를 짓고 살다가는 사형수밖에 안 되겠다는 생각에 예수를 믿기로 했다. 지난날의 잘못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며 회개하는 중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펴낸 ‘나에게도 드릴 것이 있다면’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기로 하나님께 서원했다.

2년 뒤 출소한 그는 장기기증 신청도 하고 검사도 했지만 두려움이 밀려와 병원과의 약속을 파기했다. 그렇게 또 2년이 지난 어느 주일, 이태희 성복교회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회개한 뒤 신장 공여자가 됐다.

병원에 가기 전 자신의 전 재산인 전세보증금 1000만원을 불우이웃에게 써달라며 교회에 헌금도 했다. 신장 공여 후에는 장애인선교회에 들어가 지체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돼 일생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장로님, 언젠간 천국에 갈 텐데 비록 제가 타락한 삶을 살기도 했지만, 이제는 ‘하나님의 심부름꾼으로 지극히 작은 자들에게 최선을 다하다가 왔습니다’라고 하나님께 당당히 보고 드릴 수 있는 삶을 살기로 했어요. 장로님, 감사해요.”

그의 생각과 행실이 너무나 대견하고 고마웠다. 용서받기 위해서는 참회가 우선이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사랑을 베푸는 넉넉함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깨닫고 실천하는 동수씨 때문에 감사함이 넘쳤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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