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이끈다?… 예수님처럼 팔로워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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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는 이끈다?… 예수님처럼 팔로워 되라!

젊은 목사에게 보내는 편지/에릭 피터슨, 유진 피터슨 지음/홍종락 옮김/복있는사람

입력 2020-10-1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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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만큼 자기 분야에 정통하기 힘든 전문가가 있을까. 구원과 섭리의 신비 안에서 살아가야 하고 때론 이해하기 힘든 현상도 청중 앞에서 증언해야 한다. 왕성한 저술 활동으로 전 세계 그리스도인에게 영향을 미친 유진 피터슨(1932~2018·사진) 목사도 이런 목사직의 특수성에 동의한다. “목사의 독특성 중 하나는 의사나 변호사 등 다른 전문가보다 업무에서 훨씬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지 모를 때가 얼마나 많은지 놀라곤 한다.”

‘목회자의 목회자’로 불린 피터슨 목사의 진솔한 고백은 목회자의 정체성과 소명을 숙고하게 한다. 책은 이런 그의 목회 철학이 담긴 37통의 편지로 구성됐다. 수신인은 아들 에릭 피터슨 목사다. 1999년부터 10년간 이뤄진 편지 교환은 “목사 안수를 받은 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 일을 모르겠다”며 에릭이 아버지에게 목회 소명을 성찰하는 편지를 써달라면서 시작됐다.


편지를 읽다 보면 피터슨 목사가 목사직을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드러난다. 그는 목사의 정체성이 “회중의 리더(이끄는 자)가 아닌 팔로워(따르는 자)에 있다”고 말한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이끌라는 말씀 대신 따르라는 초대장을 줬기” 때문이다. 그는 “근래에 목사의 신실함과 정직성을 시험하는 주된 유혹 거리는 교회와 사회 전역에서 울려 퍼지는 리더십에 관한 강조”라며 “리더십 관련 내용 상당수는 목사가 되는 일과는 별 상관이 없다”고 평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의 가치를 지위나 기능으로 매기더라도, 목사라면 성도를 ‘하나님이 창조한 존엄한 영혼’으로 대해야 함도 강조한다. “목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 중 하나는 사람을 존엄하게 대하는 것”이란 이유에서다.

미국장로교(PCUSA) 소속인 그는 의도적으로 교회 정치와 거리를 뒀다. 단어 선택 또한 신중을 기했다. ‘블랙리스트 단어장’을 만들어 사회적 약자를 낮잡아보거나 비인격적 단어를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목회에 충실하기 위해 스스로 ‘신실한 실패자’로 정의한 것도 인상 깊다. “실패자라는 자기 정체성을 받아들이면서 주목받고 싶은 욕구 등에서 상당 부분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본인이 개척한 ‘그리스도 우리 왕 장로교회’를 부흥시키려고 골몰하지 않았기에 목사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는 고백도 한다. 유명 목회자면서도 꾸준히 영성과 겸양을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이다.

그는 목회 사역을 ‘목사가 누릴 수 있는 큰 특권’으로 표현하지만, 한편으로는 한순간에 모든 게 허물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도 말한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도 노년엔 아첨꾼에 둘러싸여 오만한 노인이 됐단다.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는 루터가 말년에 방귀를 뀔 때마다 그것을 성령의 말씀으로 여겼다고 말한 바 있다.… 목회에서는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그때야말로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피터슨 목사는 인격적 만남 없이 온통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는 교회, 깊이도 고통도 모호함조차도 없는 복음, 회중이 성령 대신 아드레날린을 찾도록 자극하는 목사를 일생 경계했다. 목회자에게 소명에 충실한 삶을 누차 강조한 그이지만, 동시에 쉼의 중요성도 말했다. “오래 빈둥거리면 에너지가 콸콸 솟아오르기 마련”이라거나 초임 목사들에겐 “당신 나이대로 돌아간다면, 절반만 일하겠다”고도 말했다.

아버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에선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한참 목회 조언을 쏟아내다가 돌연 사랑한다고 고백하거나, “요즘 네 부목사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내 몫의 사례는 있니”라고 묻기도 한다. 인간미 넘치는 목회 서신을 책으로 묶은 아들은 아버지를 이렇게 평한다. “유진 피터슨은 내가 직간접적으로 알았던 이들 중에서 가장 거룩한 사람이다. 이 편지로 불후의 정신이 남긴 유산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길 바란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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