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전작권 이견… 한·미동맹 동시다발 ‘위기신호’

국민일보

방위비·전작권 이견… 한·미동맹 동시다발 ‘위기신호’

美, SCM서 “전작권 전환 시간걸려”

입력 2020-10-16 04:01
서욱 국방장관(왼쪽 두번 째)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14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에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를 갖고 있다. 주미대사관 제공

한·미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방부에서 가진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동맹을 둘러싼 위기 신호들이 일제히 감지됐다. 미국 측은 공개적으로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압력을 가했고, 매년 공동 성명에 포함됐던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한국 전환 시기와 관련해서도 양측 이견이 드러났으며, SCM 직후 공동 기자회견도 이례적으로 취소됐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날 SCM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한국에 방위비 인상을 요구했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우리의 공동방위 비용에 대해 더 공평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불공평하게 미국 납세자들에게 지워져선 안 된다”며 “미국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다른 동맹국들뿐만 아니라 한국도 우리의 집단안보에 더 많이 기여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어 “우리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합의에 도달할 필요성에 모두 동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욱 국방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방위비를 언급하지 않았다. 에스퍼 장관도 비공개로 진행된 SCM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CM 후 발표된 공동 성명에서 해마다 포함됐던 “주한미군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표현이 빠진 것도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15일 서울에서 개최됐던 SCM 공동성명에도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 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대목이 들어 있다. 하지만 올해 공동성명에는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의 무력분쟁 방지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정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지속 수행할 것임을 재확인했다”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우리 측은 올해 공동성명에도 이 표현을 넣을 것을 제안했으나 미국 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증액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주한미군 문제를 방위비와 연계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병력 감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며 “표현이 바뀌었지만 비약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양국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서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서욱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 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작권 전환이 예정된 시간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의 한국 사령관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그렇게 하는 과정은 우리의 관계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축소·연기되자 전작권 전환 조건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좀 더 논의하기로 했고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성명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향후 미래연합사로의 전작권 전환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며 “전작권이 전환되기 전에 전작권 전환 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미 국방장관은 SCM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취소됐다. 미국 측은 SCM 개최 전 미국 사정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취소하자고 전날 늦게 한국 측에 양해를 구했고, 한국 측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8월 이후 외국 장관 등과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자회견을 취소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SCM에 대해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인상 압력을 가하기 위해 무례할 정도의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과 방위비 분담 등 현안에 대해 진솔하게 소통했다”면서 “발전적인 토의를 했고, 미래 지향적이고 발전적인 한·미동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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