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아우성 외면하더니…홍남기가 당하자 ‘세입자 계약갱신 명시’ 추진

국민일보

서민 아우성 외면하더니…홍남기가 당하자 ‘세입자 계약갱신 명시’ 추진

조만간 ‘공인중개사법’ 개정키로

입력 2020-10-16 04:02 수정 2020-10-16 09:07

계약갱신청구권을 둘러싼 국민들의 아우성에도 꿈쩍 않던 국토교통부가 움직였다. 전세가 끼어 있는 집을 사고 팔 때 작성해야 하는 계약서의 규칙을 고치기로 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계약서에 명시되도록 법제화할 계획이다. 홍남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택을 파는 과정에서 세입자와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분쟁이 발생하자마자 제도 변경을 공식화했다.

15일 국토부에 따르면 조만간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내용 중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개정해 전세 낀 집의 계약 시 표기해야 할 내용을 담기로 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썼는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포기하고 이사를 가기로 했는지 등을 명시하도록 규정할 요량이다. 세입자의 변심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조금이나마 줄이겠다는 것이다. 시행규칙 개정안은 이르면 다음 주 중 입법예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시장 혼란이 가중되자 보완책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포함한 임대차 3법과 관련한 질의응답 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가능한 사례들을 담아내기는 했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들끓었다. 산발적으로 나온 유권해석도 혼란을 가중했다. 당초 국토부는 집주인이 임대를 놓고 있어도 자유롭게 제3자에게 매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지난달 11일에는 집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이라면 계약갱신청구권이 가능하다는 정반대 해석을 내놨다. 이전 주인에게 권리를 행사했으니 새로운 주인도 이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설령 새로운 주인이 실거주한다고 해도 적용되는 내용이라 논란을 낳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 부총리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월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아파트를 9억2000만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에게 집을 팔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정부의 뜻을 따른 것이다. 문제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계약할 때만 해도 집을 비워주기로 약속했던 세입자가 마음을 바꿔 홍 부총리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 국토부의 뒤바뀐 유권해석이 힘을 발휘했다. 홍 부총리는 아직까지도 소유권 이전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지자체 등에 공문을 보내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서에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사항’ 란이 있는데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와 관련한 내용을 적도록 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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