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김치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김치

오병훈 수필가

입력 2020-10-19 04:05

요즈음 김치를 금치라고 부른다. 배추 한 포기에 만원이나 되고 보니 금치라고 부를 만하다. 여름 내 여러 번 태풍이 왔고 긴 장마가 계속돼 올해 채소 모종이 빗물에 폐기됐다는 게다. 그래서 김장철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코로나19에 지친 몸인데 물가까지 덩달아 오르고 보니 고통을 배로 느끼는지 모른다. 쌀밥이 주식인 우리 식단에서 김치는 대단히 중요하다. 별다른 찬이 없어도 김치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비울 수 있다. 겨울 양식으로 김장 항아리를 땅에 묻어두면 마음이 든든하다.

우리 겨레의 ‘김치 역사’는 유구하다. 삼국시대에 이미 채소를 소금에 절여 저장했던 것 같다. 고려시대에는 지금의 백김치라고 할 수 있는 절인 배추를 땅에 묻어 저장했다. 임진왜란을 전후해 이 땅에 고추가 유입되면서 비로소 오늘날 우리가 먹는 김치가 됐다. 김치의 어원은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나온 말이다. 침채가 딤채, 짐치, 김치로 바뀌었다. 배추도 처음에는 한자어 백채(白寀)에서 배차, 배추로 바뀌었다. 아직도 경상도 북부지방에서는 김치를 짐치, 배추를 배차라고 부른다. 우리의 재래종 배추는 줄기가 길고 고갱이가 적은 길쭉한 품종이었는데 조선 말기에 중국 산둥지방에서 유입된 호배추를 재배하면서 둥글고 알이 차는 결구배추가 됐다. 하얀 배추 고갱이에 새빨간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같은 양념과 젓갈이 가미돼 김치를 완성했다.

김치는 우리 민족이 개발한 고유 음식이다. 사스가 유행했을 때 한국인은 김치를 먹어 돌림병에 걸리지 않았다며 일본에서 김치 먹기가 유행한 적이 있다. 갖가지 젓갈은 채소만으로는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을 보충해 주고 칼슘과 미네랄까지 얻을 수 있으니 김치야말로 종합영양제가 아닌가. 김치의 맛과 영양이 우수하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치를 먹는 우리가 아닌가. 코로나 바이러스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 힘을 내자.

오병훈 수필가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