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北의 경제 삼중고 위기 논쟁

국민일보

[한반도포커스] 北의 경제 삼중고 위기 논쟁

박종철 경상대 사회교육과 교수

입력 2020-10-19 04:02

우리 언론과 학계는 북한 경제가 제재, 코로나, 홍수의 삼중고 위기에 빠져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책기관의 주요 보고서에는 국경 봉쇄에 따라 대외무역수지가 급감하면서 외환이 고갈되고 있으며, 북한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코로나 확산 지역과 사망자, 식량부족분 추정치를 제시하며 북한 붕괴론까지 주장한다.

북한 노동당 창당 75주년 열병식은 어둠(삼중고) 속에서 화려한 빛(체제 유지)을 연출했다. 다양한 이동식발사차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무기를 공개했다. 중국 언론이나 ‘평양의 은아’ 같은 유튜버 보도와 평양 거주 외국인 증언을 보면 부유층이 이용하는 평양의 백화점, 마트, 호텔 상황은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 경제 3대 지표인 식량, 석유, 환율의 안정적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홍수 긴급 복구에 군 부대와 돌격대가 동원되고, 내년 초 제8차 당대회 준비를 위해 80일 전투에 돌입했다.

안정적 현상과 경제 위기 전망이라는 상반된 논리가 모두 맞는다면 북한 내부 변화를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 것인가. 다시 설명하면, 국경 봉쇄에 따른 외부 자본과 기술 즉 무역, 관광, 해외 인력파견 중지 상황에서 대규모 자원 소모성 열병식, 핵과 미사일 개발 자원을 북한 내부에서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김정은 집권 시기 북한 변화의 몇 가지 인상적 특징을 금융과 노동 등을 중심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북한 경제도 시장화로의 이행 과정에서 계획에 따른 분배제도가 와해되고, 사회주의 책임관리제에 따라 농촌·기업·지역별로 구매와 생산, 분배와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편차가 발생되며, 개별 주체마다 백가쟁명식으로 시장화로의 개혁이 이뤄진다. 성공하는 행위자와 실패하는 행위자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삼중고의 피해는 주로 중하부층 주민이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평양과 대도시에서 외환을 은행에 무기명으로 사전 입금하고 물품 구입에 쓰는 고려카드(2011년)와 나래카드(2010년)가 출시돼 외국인과 부유층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뇌물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 즈음 상업은행의 입출금 제도가 활성화돼 도 단위에 지점이 만들어지고, 일반 주민도 금융을 이용할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소액의 내화는 휴대폰 송금 방식이 도입됐고,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한다. 현금 도둑이 많은 북한 시장 환경에서 블루투스 기능은 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이렇게 금융과 통신, 유통과 배달업이 상호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현재는 상업은행이 거의 모든 시·군 단위에 지점을 개설해 송금을 넘어 저축과 대출 업무까지 실시하고 있다. 내화 사용을 위해 중앙은행에서 ‘전성’카드(2015년 개시), 대성은행에서 ‘금길’카드 등이 출시돼 일반 서민도 이용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저축이나 대출은 여전히 고리사채에 주로 의존하고 있지만 공적 부문의 은행과 금융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암시장과 은행의 내화와 외환 교환 비율 차이가 거의 사라지고, 민간의 외환을 공적 부문이 대폭 흡수하기도 했다.

핵 협상을 위한 체제의 내구성과 경제의 버티는 능력이라는 관점에서 개방 없는 북한 시장 개혁 상황을 면밀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총량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핵과 미사일의 지속적 개발과 부유층의 소비 패턴 유지라는 특수성에 비춰 볼 때 중하부층 주민의 경제 실태의 곤란 가능성도 인권 관점에서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

박종철 경상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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