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청와대 행정관

국민일보

[한마당] 청와대 행정관

손병호 논설위원

입력 2020-10-19 04:05

청와대 행정관은 직제상으로는 그리 대단한 직급은 아니다. 청와대(경호처 제외)에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장관급 실장 3명과 차관급의 수석비서관 또는 차장이 10명 정도 있다. 그 밑에 비서관이 40~50명 된다. 수석 또는 비서관을 보좌해주는 역할이 바로 행정관이다. 청와대 행정관은 선거를 도운 공로를 인정받아 정치권에서 발탁되거나 행정부에서 파견을 받게 된다. 행정관들 중 수석행정관은 통상 2급이지만, 나머지 행정관들은 3~5급이다. 공무원 직급으로 따지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청와대라는 상징성 때문에 외부에선 프리미엄을 얹어 평가하곤 한다. 지금도 지방에선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 때 청와대 행정관 타이틀을 달고 나가면 나랏일을 한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에 선거전에 꽤 도움이 된다고 한다. 부처 출신 행정관들도 친정에 복귀할 때 영전하기 마련이다.

요즘 나라를 들쑤시고 있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로비 의혹에 청와대 행정관들이 연일 거론되고 있다. 옵티머스 수사 과정에서 전현직 청와대 행정관 2명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라임 사건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된 금융감독원 전 국장도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다. 행정관들이 실무에 밝고, 자주 연락하는 산하기관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에 그들이 더 로비의 타깃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일부이긴 하지만 청와대 행정관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계속 거론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참에 복무 기강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특히 행정관들에게 과도한 역할이 주어진 건 아닌지, 산하기관들에 부당하게 개입해도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업무체계를 가진 건 아닌지 꼼꼼히 살펴봐야겠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외부 인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나는 풍토가 있다면 그것 역시 근절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나랏일을 하는 자리인 만큼 애초에 청와대에 데려오기 전 자질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할 테다. 청와대부터 등잔 밑이 어두우면 나라 전체가 캄캄해질 수 있어서다.

손병호 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