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신웅 (12) 아내와 새 삶 꿈꾸던 청년… 이젠 복수의 꿈만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역경의 열매] 김신웅 (12) 아내와 새 삶 꿈꾸던 청년… 이젠 복수의 꿈만

교도소 드나들다 한 여성 만나 혼인, 신혼집 마련하려 범죄… 다시 감옥행

입력 2020-10-21 03:04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김신웅 장로가 1996년 청송 제2교도소에서 재소자와 상담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기도하고 있다.

수많은 만남 중에 내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얼굴들, 지울 수 없는 가슴 아픈 이름들이 있다.

엄성수 담당으로부터 김영진(가명)을 소개받았다. 그는 아내와 처가 모든 식구에게 날마다 독설이 가득한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 끝에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아내에게 보복하겠다”라고 써서 온 식구가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가 엄성수 담당에게 쓴 편지에도 암울한 심정이 드러났다.

“저는 이곳에서 가슴에 한을 담고 피눈물을 흘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에 나가고 싶어 통곡하는 것이 아니라 아내를 하루라도 빨리 죽이지 못하고 살아가는 저 자신의 무능함에 통곡하고 있습니다. 어려서 부모님과 사별한 저는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 듯 살아왔습니다. 4년간 형을 살고 88년 교도소를 출소하며 두 번 다시 징역살이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형님의 일을 도와주던 중 한 여성을 만났고, 6개월 만에 혼인 신고를 했습니다. 제가 살던 집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원의 사글셋방이었습니다. 아내는 ‘결혼식 전에 아파트로 이사 가자’고 요구했습니다. 형편도 안되고 교도소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처지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어렵게 얻은 아내와 가정을 잃어버릴까 두려워 혼자 끙끙 앓기만 했습니다. 고민 끝에 아내를 위해 ‘딱 한 번만’이라는 생각으로 범죄를 계획했고 결국 체포됐습니다.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내게 닥칠 일보다 아내가 더 걱정됐습니다.”

그 후 영진이는 3년 형을 선고받았다. 면회를 온 아내에게 “긴 세월 기다리지 말고 새출발하라”고 했다. 아내는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아내가 돌아간 뒤 장인과 처형만 느닷없이 면회를 왔다.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이혼고소장을 불쑥 내밀었다. 빈말이라도 아프거나 힘들진 않은지 먼저 묻고, 여동생의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했으면 순순히 받아들였을 텐데 이혼고소장부터 불쑥 내미는 순간 증오의 대상이 됐다.

절망의 시간을 보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영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와 사랑, 관심밖에 없었다. 틈나는 대로 그를 불러 상담하며 기도했다. 그를 위한 기도를 쉬지 않았다.

“부디 예수를 믿어라. 믿음은 사랑에서 출발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용서와 화해와 이해가 없는 사랑은 죽은 사랑이다. 가슴 속에 깊이 파묻힌 그 증오의 씨앗을 뿌리째 뽑아내야 한다. 진심으로 처가 식구들을 용서해라.”

몇 개월 후 출소를 하루 앞둔 영진이를 만났다. 기쁨에 들떠 있는 그를 보면서 “출소하면 우리 집에 꼭 들러 달라”고 부탁했다. 이튿날 출소 버스를 타는 그의 뒤통수에 “꼭 들렀다가 가야 한다”고 소리쳤다. 그날 꼼짝하지 않고 집에서 기다렸지만, 영진이는 우리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서울로 올라가 버렸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