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수 총장직으로 인생 마지막 사역… “온전히 헌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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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수 총장직으로 인생 마지막 사역… “온전히 헌신하겠다”

이정익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신임 총장

입력 2020-10-2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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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익 실천신대 신임 총장이 20일 경기도 이천 캠퍼스 총장실에서 학교 운영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천=신석현 인턴기자

“제 인생의 마지막 사역으로 명예를 걸고 매진해 보려고 합니다. 총장에게 지원되는 모든 급료를 전액 기부하기로 작정하고 오직 헌신하는 자세로 사역하려고 합니다.”

이정익(74)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신임 총장이 지난 5일 재학생과 동문 및 후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힌 다짐이다. 목회 경력 47년의 이 총장은 육군 군목으로 시작해 춘천 소양성결교회, 서울 아현성결교회를 거쳐 서울 신촌성결교회에서 25년간 목회하다 2016년 정년을 맞이해 원로목사가 됐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과 서울신학대 이사장, CBS기독교방송 이사장, 대한성서공회 이사장을 역임했고 목회 은퇴 후에는 희망나눔재단 이사장으로 일해 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이사장이 아닌 총장으로 지난달부터 실천신대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인생의 마지막 사역에 임하며 온전한 헌신을 다짐하는 이 총장을 20일 경기도 이천 실천신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수도원 분위기가 느껴지는 산속 캠퍼스에서 이 총장이 취재진을 맞이했다.

실천신대 전경. 이천=신석현 인턴기자

-이사장이 아닌 총장이시다.

“2005년 실천신대 개교 직후부터 이사로 참여해 왔다. 신학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장 목회와 연결된 실천신학을 주도한다는 학교 설립 취지를 잘 알고 있다. 목회자 재교육을 통해 건강한 목회를 일구는 학교의 정체성에 맞게 현장 목회의 경험자가 총장으로 와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저변을 확대할 네트워크와 노하우도 갖춰야 했다. 저는 마침 은퇴를 한 상황이었고 서울신대 이사장도 4년 지냈고 신학대 겸임교수로 목회현장론 강의도 해봐서 이사회에서 이사 중 한 명인 저를 선임했다. 신학대들이 여러모로 어려운데, 형편도 알고 실정도 아니까 발탁한 것 같다.”

-코로나19로 교회도 신학대도 모두 어려움이 많을 텐데.

“코로나의 영향을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 된다. 물론 성도가 줄고 신앙의 초점이 흐려지긴 했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이니 역기능만 보지 말고 순기능도 보자. 성도가 줄은 건 희미했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다. 신앙이 좋았던 사람들은 오히려 비대면 예배 동안 말씀을 더 사모하고 기도를 더 간절히 했다. 떨어져 나갈 사람들이 떨어져 나간 건 그리 충격받을 게 아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머리 숫자를 지나치게 의식했던 것이다. 숫자로 폼 잡는 건 그만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대면을 우회할 방법이 여럿 생긴 것도 축복이다. 실천신대 학생 중에는 부산 대구 광주에서 올라오는 목회자들도 있는데, 이제 매주 올라올 필요도 없고 한 학기의 3분의 1은 비대면 강의를 해도 된다. 학교 기업 교회가 비대면의 융통성을 발휘할 여러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선교 방안이 무한대로 넓어진 것도 수확이다. 그동안 막무가내로 찾아가던 전도에서 이젠 비대면 메시지 전파 경로가 다양해졌다. 대부분 교회가 유튜브로 방송하는 현실을 이전엔 상상이나 했겠는가. 무엇보다 목회자들이 정신 바짝 차리게 됐다. 빚을 얻어 무리하게 건축했던 교회들이 쓰러져 경매 사이트에 올라오는 현실에서 ‘아, 이건 내 목회였구나, 하나님 목회가 아니었구나’라는 걸 절실하게 깨닫게 됐다.”

-하나님 목회란 무엇인가.

“원래 목회는 당연히 하나님 중심이다. 하지만 사람을 많이 모이게 하려고 하나님 목회에서 이탈해 인간적 수단을 쓴다. 비복음적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다. 기복신앙을 강조하고 무리하게 건축하고 성경에 어긋나는 행태까지 나아간다. 말씀이 약화된 빈자리를 영화 음악 공연 등으로 채우기도 한다. 그러지 말고 영성 메시지를 강화해 거기서 회심의 역사가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부흥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질을 회복하는 하나님 목회를 해야 오래가고 부작용이 없다.”

-현장 목회 강화 방안은.

“내년부터 석사 과정에 기존 실천신학 외에 설교전문 분야를 추가할 계획이다. 3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까지 중견 목회자들은 목회의 한계에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부하려는 의지도 강하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목회자들을 객원교수로 초청해 채플을 통해 설교를 듣고, 이어진 특강으로 목회경영 인사관리 성경분석 등의 노하우를 전수하려 한다. 미래 목회를 위한 영감을 주실 분들로 고명진(수원중앙침례교회) 유기성(선한목자교회) 김병삼(만나교회) 이상학(새문안교회) 송태근(삼일교회) 지형은(성락성결교회) 목사 등을 위촉했다.”

-무보수 총장직을 말씀하셨다.

“실천신대를 위해 아낌없는 기도와 헌금으로 후원해 주시는 분이 여럿이다. 저도 헌신하려면 제대로 하자는 마음이다. 저는 원로목사니까 교회서 소정의 생활비가 나온다. 총장 월급은 입금 다음 날 학교 기부 계좌로 돌려보낸다. 재정이 어려운데 조금이라도 보태자는 마음이고 제가 그래야 학교를 위해 후원하는 분들께 인사가 된다. 아내도 ‘월급 받을 생각 마시라. 가서 충실하게 헌신하시라’고 말해줬다. 다음 달 3일이 취임식이다. 내실을 다진 뒤에는 사이버대와 평생교육원 등으로 외형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천=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