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의미 없는 예술의전당 국감

국민일보

[데스크시각] 의미 없는 예술의전당 국감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저부장

입력 2020-10-22 04:04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올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를 보며 예술 분야에 대한 의원들의 깊이 있는 질의는 무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초선이든 다선이든 예술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해서다.

지난 몇 년간 국감에서 블랙리스트를 빼면 예술 분야에 파장이 큰 문제를 파헤친 사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나마 올해 새롭게 나온 것이 국립 예술단체 단원들의 복무 문제였다. 국립발레단 단원 77명 가운데 52명(67.5%), 국립국악원 단원 481명 가운데 70명(14.5%)이 개인레슨 등 미승인 외부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두 단체를 포함해 국고 지원을 받는 예술단체들이 지난 10년간 복무 점검을 하지 않았으며,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전수조사 지시에도 불구하고 아직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단체들이 있다는 게 밝혀졌다.

국립 예술단체 단원들의 복무 문제 제기는 본보의 잇따른 단독보도에서 비롯됐다. 본보가 지난 3월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자가격리 중 해외여행과 사설학원 특강 등 일탈을 처음 알린 후 문체부는 산하 단체 소속 단원들의 외부 활동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이후 본보는 서울시향과 국립국악원 단원이 개인레슨을 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실도 밝혀냈다.

본보는 후속 기획 보도를 통해 해외 사례 등과 비교해 문제가 많은 한국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제 등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번 국감에서 국공립 예술단체의 방만한 운영과 낮은 예술성과의 원인 등 본질적 문제가 제기되길 기대했지만 허사였다.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 복무 문제에 이어 실망스러웠던 것이 예술의전당 국감이었다. 예술의전당이 수익성에만 연연해 자체 기획공연 비중만 낮추는 것 아니냐는 질의였다. 특히 2017년 ‘수지차 보전기관’이 된 이후 음악당은 10% 미만, 오페라하우스는 40%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술의전당이 공공극장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지적은 국감의 단골 레퍼토리다. 매번 국회의원들은 예술의전당에 핵심 사업인 예술사업의 지원을 늘리라고 촉구한다. 하지만 이런 지적이 무의미한 것은 예술의전당의 예산과 운영 방식을 모르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은 연간 예산 400억원 가운데 30%만 국고 지원을 받는다. 그 나머지는 대관, 예술, 임대, 주차, 교육 등의 사업으로 직접 충당해야 한다. 전 세계 주요 공공극장과 비교할 때 예술의전당이 요구받는 재정자립도는 지나치게 높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함부르크 슈타츠오퍼 등 몇몇 주요 오페라하우스는 두꺼운 관객층 덕분에 재정자립도가 40%에 이르기 때문에 전체 예산 가운데 공적 지원이 60%에 머물지만 전국 평균으로 따지면 80%에 달한다. 그리고 가까운 일본 신국립극장은 근래 연간 예산이 70억엔(약 700억원)을 웃돌고 있는데, 국고 지원이 70%였다. 해외에서도 공적 지원이 낮은 공공극장에 속하는 프랑스 파리오페라하우스도 지난 몇 년간 44~48%, 영국 바비칸센터 42~45%로 예술의전당보다 높다. 공적 지원은 턱없이 적으면서 공공성을 지나치게 요구받는 게 예술의전당의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예술의전당은 올해 코로나19로 공연과 전시 취소에 따른 대관료 환불 및 감면, 부대사업 수입 급감 등으로 120억원가량의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8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며 10월 중 경상비를 충당하기 위해 60억원의 차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술의전당을 제대로 된 공공극장으로서 기능하게 하려면 전면적인 시스템 개편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국감에서 무의미한 공공성 지적을 반복해서 들을 수밖에 없다.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저부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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