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테스형 선서

국민일보

[한마당] 테스형 선서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0-10-22 04:05

추석특집으로 방영된 가수 나훈아 콘서트 이후 그의 신곡 ‘테스형!’은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다. 국회 국정감사에서까지 노래가 회자될 정도였다. 지난 16일 국토교통부 국감장에는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는 가사가 흘러나왔다. 전세대란과 관련해 야당 의원이 김현미 장관에게 “테스형 가사가 우리 국민을 위로하는 마음을 절절히 담고 있다”며 노래를 틀었기 때문. 긴장감이 감돌아야 할 국감장에 갑자기 노래가 울려퍼지자 마스크를 쓴 김 장관이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테스형!’은 ‘너 자신을 알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형이라고 부르며 인생에 대해 묻는 노래다. 그런데 20일 교육위 국감(전남대·전북대·제주대병원 등)에선 또 다른 테스형이 소환됐다. 동시대를 풍미한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다. 여당 의원이 최근 의사 파업을 비판하기 위해 ‘히포크라테스 선서문’을 대형 화면에 띄운 것이다. 그는 병원장들을 향해 “테스형에게 ‘요즘 의사들 왜 이래?’ ‘왜 이리 이기적이야?’라고 물으면 ‘의사 자격이 없다’고 답변했을 것”이라며 환자 생명을 등한시한 파업을 질타했다. 병원장들의 의대생 국시 재응시 요청에 대해서도 “테스형이 무지하게 화낼 것”이라고 나무랐다.

파업이 종료됐음에도 국시를 둘러싼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공공의료 정책 재논의를 위해 의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의료계는 국시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제2의 단체행동 운운하며 협박까지 한다. 정작 당사자들은 별다른 요청도 하지 않는데 말이다. 지난 주말 방송에 출연한 의대협 회장과 부회장은 ‘정부에 의해 강요된 선택’이었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엘리트주의에 젖어 있으니 잘못을 느낄 리가 없다. 정부가 완전히 무릎을 꿇으라는 얘기다. 지성인이면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다수 국민도 특혜 부여에 반대한다. 국시 이전에 환자의 편에 서는 윤리의식, 시민과 함께하는 공동체의식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테스형 선서도 다시 읽어보고.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