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신웅 (15) “하나님 검정고시 비용 없어요”… 길바닥에 돈뭉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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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신웅 (15) “하나님 검정고시 비용 없어요”… 길바닥에 돈뭉치가

경찰서 갖다 주니 “일단 보관하세요” 덕분에 재소자들 무사히 시험 치러

입력 2020-10-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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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웅 장로(왼쪽)가 1991년 12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바르게살기 국민대상 시상식’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 장로는 같은 해 법무부 장관 표창을 받고 2001년에는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했다.

나는 1982년부터 교정 선교를 시작했다. 재소자들의 교육에 가장 큰 열정을 쏟았다. 교육은 교도관들이 했지만, 나와 아내는 물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교재비는 물론 간식을 챙기며 재소자들을 격려했다. 시험을 치러 가는 경비도 우리 내외가 담당했다.

어느 날이었다. 당장 내일 재소자들이 검정고시 시험을 치르기 위해 안동에 가야 했는데 돈이 한 푼도 없었다. 나와 아내는 “하나님, 20만원이 필요합니다. 빌리지 않고 채워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날 저녁 아내는 자전거를 타고 시장을 갔다. 가는 길에 땅에 떨어진 돈 20만원을 발견했다. 아내는 때마침 자신의 옆을 지나가던 교정장학회 총무에게 “경찰서에 갖다 주라”며 돈을 건넸다. 경찰은 총무에게 “전화번호 기록하고 돈은 가져가세요. 혹시 주인이 찾아오면 전화할 테니 그때 가져오세요”라고 했다.

총무는 돈을 들고 다시 우리 내외를 찾아왔다. 그는 “내일 시험 치러 가는 재소자들의 경비를 이 돈으로 쓰고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면 그때 갚아줬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32년이 지나도 그 돈은 임자가 없는지 연락이 없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하루는 교도소 분류과장이 찾아왔다. 그는 “교도소 분류시스템을 변경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는데 돈이 하나도 없습니다. 장로님밖에 생각나지 않아 이렇게 찾아왔습니다”라고 했다.

나는 “무조건 내가 해주겠다”라고 약속했다. 이튿날 아내와 함께 새벽기도에 나갔다. “주님, 200만원이 필요합니다. 꼭 주셔야 합니다”라며 간절히 기도하는데 환상이 보였다. 신문에 ‘국민대상’ 수상자를 뽑는다는 광고가 적힌 환상이었다. 그곳엔 ‘네 사람을 선정한다’고 쓰여있었다. 환상 속에서도 나는 ‘주님, 저는 해당할 수 없으니 딴 것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럴수록 ‘국민대상’ 광고는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이상한 경험이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 누군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다 “장로님, 어디 갔다 오십니까”라며 인사를 건넸다. 남동생의 친구였다. 국민일보 신문지국을 담당하고 있던 그는 “신문 배달을 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오토바이 뒤에는 국민일보가 실려 있었다.

문득 기도하다 본 환상이 생각났다. 신문을 펼쳐보니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협의회에서 ‘제1회 바르게살기 국민대상’을 뽑는다는 광고가 실려 있었다. 당시 교정공무원이었던 박효진 장로에게 추천서를 부탁해 접수를 마쳤다.

얼마 후 나는 장애인 재활에 힘써온 목사님, 고아들을 도와온 우체국 집배원, 양로원과 보육원을 찾아다니며 소외된 이들의 머리를 다듬어주는 이발사와 함께 ‘바르게 살기 국민대상’을 수상했다. 상금은 교도관 분류과장이 내게 부탁한 200만원이었다. 하나님은 특별히 갇힌 자들에게 사랑을 나누기 위한 나의 기도에 한 번도 외면하시지 않고 기적처럼 들어주셨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