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달러 붕괴론

국민일보

[한마당] 달러 붕괴론

배병우 논설위원

입력 2020-10-23 04:05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명성을 얻은 한 명이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다. 그의 예언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번 예언은 달러 가치 폭락이다. 로치 교수는 지난해부터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미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35% 하락할 것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미국은 극히 낮은 저축률과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라는 중대한 거시 불균형으로 인해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그로 인해 급격히 달러 가치가 떨어지리라는 것이다. 로치 교수는 여기다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낮은 저축률과 만성 경상수지 적자 문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CNBC에 출연해선 미국 경제가 반등했다가 다시 고꾸라지는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50%에 이른다면서 달러화 붕괴라는 말이 앞으로는 미친 소리처럼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1∼2년이나 그 이후로 봤던 달러화 가치 하락 시점을 이제는 내년 말까지로 앞당겼다.

일단 달러화 움직임은 로치 교수의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코로나 사태로 지난 3월 19일 1285.70원까지 치솟았던 달러당 원화 환율은 최근 1120원대를 노크하고 있다. 달러 약세는 원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3월 20일 102.82였던 달러 인덱스는 22일 92.78로 11% 하락했다. 다음 달 3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달러화 약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바이든 후보는 임기 4년 동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조 달러를 투자한다는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미국 재정적자가 늘어난 만큼 달러 가치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한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로치 교수의 말대로 1~2년 내에 달러화 가치가 붕괴할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 금융과 펀더멘털 간 괴리가 심해지면서 버블이 위험 수준으로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병우 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