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법 있는데… 오염수 방류 고집하는 일본 ‘3대 쟁점’ [이슈&탐사]

국민일보

다른 방법 있는데… 오염수 방류 고집하는 일본 ‘3대 쟁점’ [이슈&탐사]

일본원자력시민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폐로 로드맵’ 비판

입력 2020-10-23 00:05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이달 초 일본 후쿠시마 지하철역, 학교 등 곳곳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일본 환경단체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 회의’ 페이스북 캡처

후쿠시마 원전에서 배출된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일본 지역 시민단체가 경제산업성에 제출한 해양 방류 반대 서명에는 42만명이 참여했고, 그린피스나 지구의벗 등 환경단체,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나 후쿠시마현 수산가공업연합회 등 어민 단체도 ‘절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연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원자력시민위원회는 22일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를 위한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오염수 처리에 대한 안전 관련 기준이 분명하지 않고, 해양 방류보다 안전한 다른 대안도 있다며 일본 정부의 폐로(閉爐) 로드맵 자체에 의문을 던졌다.

①ALPS 처리돼도 방사성 물질은 여전

도쿄전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이 폭발해 가동이 중단된 이후 원자로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주입하고 있다. 원자로 건물로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되면서 하루 평균 100t 이상의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이를 다핵종제거장치(ALPS)로 처리해 탱크에 저장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 장치로 삼중수소(트리튬)를 제외한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며 ‘처리수’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화된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외에도 스트론튬-90, 세슘 등 여러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일본 시민단체들은 탱크에 보관된 물을 ‘처리 오염수’라고 일컫는다.

삼중수소는 반감기(방사선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12.3년이다. 완전히 사라지려면 30여년은 걸린다. 인체에 흡수되면 뼈에 축적돼 골수암, 백혈병을 일으키는 스트론튬-90은 반감기가 29년이다. 일본 내 반대 여론은 처리 오염수가 해양으로 방출될 경우 지속적으로 바다 안에서 생태계 오염이 일어나고 인간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도쿄전력이 처리 오염수를 배출 전 이중 처리한다 해도 ALPS로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에 대한 총량 배출 규제가 없는 것도 허점이다. 삼중수소는 다른 일반 원전 배수에도 포함돼 있고 기준치 이하 농도로 묽게 해 바다에 방출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해양 방출 관련 법령은 배출 시 농도만 규제한다. 법정 기준치 이하로 희석하기만 하면 삼중수소가 함유된 오염수를 얼마든지 바다에 흘려보내도 된다는 의미다. 지역민들은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핵종과 총량이 분명하지 않기에 해양 배출 결정 시 피해 지역에 더 큰 손해가 초래될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원자력시민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도교전력이 트리튬 이외 다핵종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보조 작업’을 하고 있지만 어떤 핵종이 어느 정도 잔류하는지 분명하지 않고, 트리튬을 희석해 흘리면 안전하다고 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②다른 대안이 있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해양 방류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22년 여름이면 원전 부지 내에 오염수 탱크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본원자력시민위원회 기술부회는 해양 방출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라며 ‘대형 탱크 장기 보관안’과 ‘모르타르 고체화 처분안’을 제안하고 있다.

첫 번째 방안은 지금보다 더 큰 탱크를 짓는 것이다. 석유 비축 등에 사용되는 대형 탱크를 짓고 기존 탱크 부지도 순차적으로 대형으로 치환하면 새롭게 발생하는 오염수 약 48년분의 저장이 가능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대형 탱크는 현재 후쿠시마에 있는 탱크보다 견고하기에 탱크 보관 시 삼중수소 감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모르타르 고체화 처분안은 ALPS 처리 오염수를 시멘트와 모래로 모르타르 고체화해 반지하에 처분하는 방식이다. 이는 미국 사바나 리버 핵시설의 오염수 처분에서도 사용된 기법이다. 방사성 물질의 해양 유출 위험을 반영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야 해 용적 효율은 줄어들지만 부지 면적이 확보되면 향후 18년간 발생할 처리 오염수를 보관할 수 있다.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탱크 부지가 부족하다는 일본 정부 주장에 대해 “후쿠시마에 가보면 주민들이 제1원전을 중심으로 대피해 떠나 빈 공간이 매우 많고 새로 저장 탱크를 지을 공간도 충분하다”며 “부지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③원전 폐로 로드맵 자체가 현실성 없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폐로 로드맵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한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 시점을 2041~2051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 목표대로 원자로를 처분하려면 핵연료를 추출하고 일시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핵연료가 퍼져 있는 위치도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핵연료 추출 관련 기술도 확립되지 않아 단체들은 현재로서는 계획된 폐로 시점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도쿄전력은 폐로 작업이 완료될 무렵에는 오염수 처분이 끝나야 하고, 폐로 전 핵연료 일시 보관시설 부지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않고 계속 쌓아놓게 되면 애초 계획된 핵연료 보관시설을 지을 공간이 부족하고, 폐로 계획에 지장이 생긴다는 논리다.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는 이에 대해 “오염수 해양 방출을 추진하기 위한 궤변”이라며 “핵연료 추출 작업을 최소 100~200년 후로 연기하거나 반영구적으로 현 위치에 보관하는 게 보다 안전하고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사고 없이 운전이 종료된 원자력발전소를 폐로하는 데에도 약 30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후쿠시마 오염수를 30년 안에 처분하면서 폐로 조치까지 끝내겠다는 계획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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