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신웅 (16) 신출귀몰 신창원, 도피행각 중 내 글 읽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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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신웅 (16) 신출귀몰 신창원, 도피행각 중 내 글 읽고는…

신창원, 재소자와 에피소드 담긴 소책자 본 후 “다시 감옥 간다면 꼭 만나봐야지” 생각

입력 2020-10-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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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1월 5일 부산지방법원 103호 법정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한 신창원. 국민일보DB

강도치사죄로 무기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1997년 1월, 부산교도소 감방 화장실의 쇠창살을 절단하고 탈옥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죄수가 있다. 그 당시 어린애들까지도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치른 신창원이다.

그는 2년 넘게 신출귀몰 도피 행각을 벌였다. 매일 매스컴의 화제의 인물로 등장하던 신창원은 99년 7월 마침내 붙잡혔다. 신창원에게는 22년 6개월의 형이 추가됐다.

나와 신창원이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세상에 우연한 만남은 없다. 모두가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이뤄진 필연이다. 나와 창원이와의 만남은 그중 작은 하나의 실례에 불과하다.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감옥을 탈출해 도피 중이던 어느 날 밤, 창원이는 어떤 집에 물건을 훔치러 갔다. 집안 사람들이 잠들지 않은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가족들이 깨어 있으면 도둑질이 어렵기 때문에 그들이 잠들길 기다리며 집 앞에 있는 우체통 밑에 쪼그리고 앉았다.

밤이 깊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환한 달빛이 우체통을 비췄다. 마침 무료하던 차에 우체통 안에 우편물들을 꺼내서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편지도 몇 통 있었다. 그 가운데 작은 묶음의 한 문서에 눈길이 쏠렸다.

“이건 뭐지. 편지도 아니고 겉표지에 글이 적혀 있네. 분명 사람이 손으로 쓴 글씨인데 어쩜 이리도 예쁘게 잘 썼을까. 마치 자로 잰 듯이 줄도 비뚤어지지 않고 반듯하게 기계로 쓴 것 같네. 저런 글씨로 썼다면 분명 내용도 좋을 거야.”

그것은 ‘월간 찬미’라는 소책자였다. 창원이는 그 문서를 뜯어서 읽기 시작했다. 6페이지쯤 넘겼을까. ‘감호소’ ‘출소자’ 등 그의 눈에 아주 익숙한 두 단어가 들어왔다. 그 글의 제목은 “장로님, 장로님, 우리 장로님!”이었다. 장로님이 교회의 중직이란 건 창원이도 알고 있었다.

“교회 장로님과 감호소, 출소자는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몹시도 궁금했던 그는 길지 않은 글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곳엔 재소자의 결혼식 날 아침에 있었던 우리 가족이 겪은 작은 에피소드가 적혀 있었다. 사위인 김상신이 쓴 내용이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창원이는 교도소에 있을 때 먼발치에서 봤던 내 얼굴을 떠올렸다. 재소자들의 교화를 위해 하나님의 사랑과 말씀을 전하던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불현듯 그의 마음속에 이런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내가 만일 잡혀서 다시 감옥에 간다면 이 글의 주인공인 김신웅 장로님을 개인적으로 꼭 만나봐야겠다.”

남의 집에 물건을 훔치러 갔다가 거기서 나에 관한 이야기가 실린 글을 읽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우연히 일어난 일 같지만,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고서는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는 작은 기적이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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