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 선교사 이송 ‘에어앰뷸런스’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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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 선교사 이송 ‘에어앰뷸런스’ 떴다

기침 해외선교회, 1억여원 비용 부담

입력 2020-10-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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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중앙아시아 A국 공항 활주로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오요셉 선교사와 그의 아내 최안나 선교사를 한국으로 이송하기 위해 에어앰뷸런스가 대기하고 있다(아래 사진). 오 선교사 부부는 격리설비를 갖춘 에어앰뷸런스의 침상에 누워 한국에 들어왔고 일주일 만에 상태가 호전됐다. 기침 해외선교회 제공

지난 18일 중앙아시아 A국 공항에서 작은 비행기 한 대가 떴다. 단 2명의 탑승객은 의자 대신 격리설비가 갖춰진 침상에 누웠고 2명의 의료진과 기장, 승무원 등이 여정에 함께했다. 비행기는 10여 시간을 날아 다음 날 인천국제공항에 내렸다. 탑승객 2명은 공항에 대기하던 앰뷸런스에 올라 서울 중구 국립의료원으로 이동, 음압병동에 입원했다.

탑승객 2명은 A국에서 30여년간 사역해 온 오요셉 선교사와 그의 아내 최안나 선교사다. 오 선교사는 현지인 사역자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고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틀 뒤 아내도 코로나19 양성 결과가 나왔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오 선교사는 고혈압과 천식 등 기저질환이 있었다. 아내는 산소포화도가 정상수치인 95~100%보다 한참 아래인 80%까지 떨어졌고, 산소호흡기를 낀 채 이틀간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오 선교사는 지난 14일 파송교단인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의 해외선교회(FMB)에 긴급 연락했다. “평생 고생만 한 아내를 이런 식으로 보내고 싶지 않다”며 한국 이송을 요청하는 메시지엔 당시 오 선교사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FMB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사장은 SNS로 긴급 이사회를 열었지만 비용이 부담됐다. FMB는 재난 사고 등 위험에 처한 선교사를 돕기 위해 보험을 들었지만 전염병은 보험 대상이 아니었다. 더구나 전염병 환자를 이송하려면 에어앰뷸런스를 이용해야 했다. 오 선교사 부부를 이송하는 데 1억4850만원이 소요된다는 견적이 나왔다. 1차 이사회 결과는 부결이었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이 협조했다. A국에서 활동 중인 한인 의사를 통해 오 선교사 상태를 확인했다. ‘두 사람 모두 위중하고 가급적 빨리 후송하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긴 의사 소견서를 총회에 보냈다.

오 선교사의 긴급 요청 후 하루 만에 FMB이사회는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FMB의 신속한 결정은 2000년 도입한 위기관리기금 덕분이다. 이재경 FMB 회장은 “당시 회장이던 유병기 목사가 미국 남침례교 해외선교부(IMB)의 위기관리 운영자금 모델을 도입했다. 선교사에게 보내는 교단 후원금 중 1%를 기금으로 적립했고 7억원가량 모였다”고 설명했다. 오 선교사 소식을 들은 교단 소속 교회들도 자발적으로 위기관리기금 조성에 나섰다. A국에서 오 선교사와 동역한 타 교단 B선교사는 “오 선교사는 한국교단 사상 코로나19로 첫 에어앰뷸런스를 탄 셈”이라며 “기침 교단의 통 큰 결정은 교계에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선교사와 최 선교사도 한국교회와 교단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 선교사는 25일 SNS 인터뷰를 통해 “기침이 너무 심해 불면의 밤을 보냈는데 한국에 들어온 뒤 상태가 좋아져 오랜만에 숙면도 취했다. 아내도 회복 중이라 다음 주중 퇴원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많은 분들의 기도와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