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신웅 (17) “등록금 없이 학교는 뭐하러 와”… 마음 속 악마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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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신웅 (17) “등록금 없이 학교는 뭐하러 와”… 마음 속 악마 꿈틀

초등 담임의 말 어린 신창원에 비수 범죄자의 길로 들어선 결정적 계기 돼

입력 2020-10-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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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7월 16일 전남 순천의 모 주택에서 재검거된 신창원, 경북 청송교도소에 수용된 그는 김신웅 장로에게 먼저 만남을 요청했다. 연합뉴스

신창원은 4남 1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어린 그에게는 지독한 가난도 고통이었지만, 어머니가 간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이 견딜 수 없는 슬픔이었다. 아내를 잃고 직장도 없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주 술 심부름을 시켰다. 돈도 주지 않고 술을 받아오라는 아버지의 명령에 따르기 위해선 남의 것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도적질이 내키지 않았던 창원이는 어머니 무덤가를 찾아 홀로 잠들곤 했다. 캄캄한 밤에 무덤가에서 혼자 잠을 잔다는 건 여간 무서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그는 어릴 때부터 겁이 없는 대담한 아이였다.

그가 범죄자가 된 결정적 계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겪은 일이었다. 등록금을 기한 내에 내지 못한 그에게 담임선생님이 내뱉은 말 한마디가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 새끼야, 등록금 안 가져왔는데 뭐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 그 말을 듣는 순간 창원이는 마음속에서 악마가 태어나고 있음을 느꼈고 어둠을 품게 됐다고 고백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출도 일삼았다. 결국, 중학교에 진학한 지 3개월 만에 퇴학을 당했다. 생활고에 남의 밭과 가게에서 먹을 것을 훔쳐 먹기 시작한 그는 범죄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창원이에게 직접 들은 일화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승려를 만났다. 승려는 다짜고짜 집으로 안내하라고 했다. 창원이는 이유도 모른 채 승려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창원이의 아버지를 만난 승려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를 내게 맡기시오. 그러면 커서 덕이 많은 큰스님이 될 것이오. 그러지 않고 당신이 이 아이를 키우면 우리나라에서 최고가는 도둑놈이 될 것이오.”

세월이 흘러 창원이는 결과적으로 그 승려가 예언한 대로 됐다. 훗날 창원이 아버지를 만나 물었다. “그때 왜 창원이를 승려한테 맡기지 않으셨나요.” 창원이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식들 가운데 창원이가 제일 마음이 착해서지요. 그놈은 길을 가다가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아낙네가 있으면 30리 먼 거리라도 대신 들고 갖다 줄 정도로 인정이 많은 놈이에요.”

만일 그가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양육 받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자주 상상해본다. 살인하지 않았고 도망을 좀 잘 다녔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을 받아 교도소에 갇혀 평생을 지내야 한다는 것이 속상하고 가슴 아프다. 하루속히 그의 정상이 참작돼 자유의 몸이 돼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런 아쉬움을 표현할 때면 창원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교도소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예수님을 믿을 수 있었겠냐고 한다. 부모에 대한 원망과 국가나 교도관, 사람을 죽인 후배에 대한 불평이라도 늘어놓을 법한데 걱정해주는 나를 되레 위로할 정도로 마음이 넓은 녀석이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