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제사회 무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국민일보

[시론] 국제사회 무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입력 2020-10-27 04:02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지금까지 대기와 해양으로 방출된 방사능 추정량은 평가 기관마다 다르다. 추정 분석 자료를 보면 사고 당시 방출된 방사능은 약 600조 베크렐(Bq) 전후로 대략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폭발 사고 시 발생된 5200조 Bq의 10%에 해당한다. 중요한 것은 그해 3월 21일~7월 중순 해양 방출 추정치가 약 1000조 Bq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2013년 3월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가동하기 전까지 2년간 바다로 배출됐음을 감안하면 이 값은 4개월의 6배인 6000조 Bq로 올라간다. 즉, 원자로 자체가 모두 폭발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시 대기로 날아간 방사능보다 많은 양이 2년간 바다로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첫 가동 이후 여러 차례 증설된 ALPS로 처리한 오염수 약 130만t이 후쿠시마 원전 지역 탱크에 담겨 보관되고 있다. 그 중 77%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LPS로 오염수를 재처리해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일본은 현재 여러 나라의 실측 검사와 자료 공개 요구를 거부하고 처리수 방출 기준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방출할 예정이어서 주변국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오염수를 희석시켜 방출한다 해도 특히 장수명 핵종이 생물에 흡착돼 식탁에 오르면 인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감기가 30년 전후인 세슘과 스트론튬 등 장수명 핵종은 조직을 해치고 뼈암을 유발하며, 12.3년 반감기인 삼중수소는 제거 불가능한데다 인체에 흡수돼 수소와 치환되면 DNA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오염수 방출은 2011년 사고 이후 오염된 방대한 해양에 추가적인 오염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사고 후 방출된 오염수는 초기 설비 대응이 미흡한 결과라고 치더라도 지금의 방출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잔해물을 치우고, 가장 싸게 비용이 들어가는 해양 방류로 방사능 사고 결과가 정리되고, 이후 원전 재개를 위해 여론을 조속히 전환시키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원자로 하부에는 사용후핵연료가 녹은 코륨에서 열이 계속 발생되고 있고, 1만5000t의 고농도 오염수가 흐르고 있지만 지하로 얼마가 스며들고 용출되는지 알 길이 없다. 일본은 당장 국제사회와 협력해 다른 무엇보다 오염원인 코륨 제거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의 대응은 매우 실망스럽다. 코륨에 대한 특성과 제거 연구에는 극히 제한적으로 참여하며 해양생물 오염도, 지하수 오염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참여 의지와 노력은 외면하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해양 방류 시도는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는커녕 주변국과의 갈등을 부르는 시작에 불과하다.

방류된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확산되면 그 영향은 작아지더라도 후쿠시마 연안 해산물에 큰 영향을 줄 것인데 지금까지 정보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역 수산업자와 주민들은 수산물 수출 자체가 금지되거나 어려워질 것을 잘 알고 있다. 해산물의 원산지를 알 길 없는 한국의 수산업 또한 수요 감소에 따른 피해를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 수산업자들은 공동의 이해를 위해 힘을 합쳐 스가 요시히데 내각을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며,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가 압력을 행사하도록 분위기 조성 등의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세계적인 원전 사고를 당하고도 주변국과 갈등을 일으키면서까지 원전 운영을 고집하는 일본과 사고를 당하지 않고도 핵의 평화적 이용은 허구라며 원전을 포기한 독일의 두 사례를 놓고 각 나라의 향후 미래를 점쳐보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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