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당 있던 자리에 세운 ‘카페 예배당’… 코로나시대 복음전파 새길 열어 간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법당 있던 자리에 세운 ‘카페 예배당’… 코로나시대 복음전파 새길 열어 간다

[톡톡! 우리교회] ‘바람의 커피’ 운영 거제 해금강교회

입력 2020-10-27 03:02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경남 거제에서 ‘바람의 커피’ 카페를 운영하는 이종진 해금강교회 목사(왼쪽 첫 번째)가 지난 12일 이곳을 둘러보는 손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종진 목사 제공

경남 거제의 명소 ‘거제식물원 정글돔’을 찾는 이들은 식물원 앞을 흐르는 간덕천을 지나다 2m가 훌쩍 넘는 대형 ‘메칸더 브이’ 피규어에 시선이 꽂힌다. 늠름한 자태를 뽐내는 메칸더 브이 옆으로 1970~80년대 구멍가게에 쓰였을 법한 여닫이문을 열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난 느낌이 든다.

30㎡ 남짓한 공간의 크고 작은 선반 위엔 아톰과 후레쉬맨 피규어, 못난이 인형 등 동심을 자극하는 추억의 장난감 1000여점이 손님을 맞는다. 선반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LP판 2000여장에 둘러싸인 턴테이블과 낡은 스피커로 채워진 음악감상실이 레트로 감성을 더한다. ‘바람의 커피’라 불리는 이곳의 바리스타는 이종진 거제 해금강교회 목사다.

이 목사는 2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전통적 사역 공간인 예배당으로의 발길은 부쩍 줄었지만, 하나님께선 늘 복음전파를 위한 새로운 길을 내신다. ‘바람의 카페’가 이 시대에 예비해두신 새길이 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법당이 있던 자리였다. 이 목사는 꼬박 2개월간 인테리어 작업에 매진하며 이곳을 복음을 전하는 ‘이야기 창고’로 변화시켰다.

“20대 후반, 유일한 취미가 매주 서울 동묘시장에 가는 것이었어요. 1000원짜리 다섯 장이면 골동품이나 낡은 장난감들을 한아름 안고 돌아올 수 있었지요. ‘언젠가 목회 현장에 귀하게 쓰일 수 있겠다’ 싶어 20년 넘게 모아왔는데 이렇게 보물처럼 활용하게 된 겁니다.”

대형 메칸더 브이 피규어가 세워진 ‘바람의 커피’ 카페 입구. 이종진 목사 제공

지난 8월 31일 문을 연 카페는 거제 주민들은 물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세대와 세대를 추억과 이야기로 이어주는 공간이 돼 주고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아이와 함께 추억의 소품을 보고 만지며 아빠 엄마의 유년시절을 들여다본다. 이 목사는 “최근엔 나훈아 온라인콘서트가 큰 관심을 받으면서 음악감상실에서 ‘무시로’ ‘잡초’ ‘사내’ 등을 듣는 방문객이 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종 복음성가 연주곡을 틀어주는데 어린 시절 교회학교에서 들었던 노래를 떠올리며 반가워하는 분들에게 신앙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카페가 곧 예배당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평일은 카페에서 ‘바리스타 선교사’로, 주말엔 해금강교회에서 ‘전통적 목회자’로 살아가는 이 목사에겐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 카페가 발달장애인 성도의 자립 기반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10년째 함께 신앙생활하는 장애인 성도가 있어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곳이 그 성도의 생활터전이 되도록 제가 기반을 잘 닦아두고 싶습니다. 추억과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공간, 그거면 충분합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