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위드 코로나’ 시대 여행

국민일보

[내일을 열며] ‘위드 코로나’ 시대 여행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입력 2020-10-29 04:03 수정 2020-10-29 17:25

여행은 설렘이다.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에 잠을 못 이룰 때도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 단계에서부터 되돌아올 때까지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즐겁고 힐링된다. 올 들어 이런 일상이 멈췄다.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 세계로의 여행이 정지됐다. 자가격리는 물론 국경 폐쇄까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각국의 조치에 다른 나라로의 이동은 언감생심이다.

당연히 관광업계는 초토화됐다. 특히 항공·여행·면세점 업계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업계의 경우 비행기를 거의 띄우지 못했고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살아남기 위해 유상증자는 물론 여객기의 화물기 활용 등 유동성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행사들은 휴업에 들어간 곳이 많으며, 휴점과 단축 영업 중인 곳이 부지기수다. 비용 절감과 고육책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랐다. 정부가 관광산업을 돕고자 고용지원금 등 여러 대책을 마련했지만 역부족이다. 종사자들의 휴직은 기약 없이 이어지고 다른 직종으로의 이직도 잇따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코로나 발생 9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위기의 정점’은 오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코로나가 끝난 후인 ‘포스트(Post) 코로나’가 아니라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업계들이 생존을 위한 궁여지책을 내놓고 있다. 과거 항공이나 호텔 등은 여행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최근 목적이 된 상품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목적지 없는 비행 상품 ‘관광비행’이다. 항공사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도착지 없는 여행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4일과 25일 인천에서 출발해 강릉, 포항, 김해, 제주를 거쳐 140분 후 인천으로 돌아오는 여객기를 띄웠다. 해당 상품이 완판되는 등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 단순히 앉아서 비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비즈니스 좌석과 기내식 등을 제공받으면서 조금이라도 여행 기분을 즐길 수 있어서라고 한다. 평소 고도보다 낮게 비행하면서 한반도 국토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는 행위가 특별해질 것이란 걸 상상도 못했지만 이제는 코로나19로 바뀐 일상을 실감케 한다.

목적 없는 관광비행에 ‘면세 쇼핑’ 얘기도 나오고 있다. 면세점 쇼핑은 사실상 관광비행 상품의 꽃이다. 국토교통부가 해외에 착륙하지 않고 상공만 비행한 노선도 국제선으로 분류한 만큼 관세청의 허가만 있다면 승객들은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관세청은 현재 관련 부처와 논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관세청이 국내 면세 업체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동 제한으로 입국하기 어려워진 해외 면세 사업자에게 세관 신고를 마친 면세 물품을 원하는 장소로 보내주는 3자 국외 반송을 허용한 바 있어 면세업계의 숨통이 트일지 관심이다. 방역 당국의 고민도 없지 않다. 관광비행 이용객들이 면세점을 이용하게 되면 출국자들과 무분별하게 접촉하고 섞일 수 있는 데다 ‘입국 후 2주 격리’ 등 까다로운 방역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방역에 구멍이 뚫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상이 요구되는 코로나 시대다. ‘역경 속에서 피어난 꽃이 가장 아름답다’는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지혜를 모아 기나긴 역경을 이겨내면 아름다운 시절이 도래할 것이다. 우리를 떠난 일상도, 여행도 다시 돌아오기를….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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