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신웅 (19) “태어나 처음으로 선한 꿈 꾸게 해주신 우리 장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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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신웅 (19) “태어나 처음으로 선한 꿈 꾸게 해주신 우리 장로님”

자서전 출간에 축하 글 보내온 신창원 “나의 영적 아버지 장로님, 사랑합니다”

입력 2020-10-3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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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웅 장로가 최근 경북 청송의 한 카페에서 지난 7월 발간한 ‘날마다 교도소로 출근하는 수의사’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에는 신창원과 주고받은 다수의 편지도 실려있다.

나는 35년 교정 선교의 역사가 담긴 ‘날마다 교도소로 출근하는 수의사’ 책을 지난 7월 발간했다. 신창원은 나의 자서전 출간을 축하하며 글을 보내왔다. 그 글의 전문을 공개한다.

“1982년 청송교도소가 들어서던 해부터 함께하셨던 장로님은 청송의 역사이자 산 증인이다. ‘작은 예수님’ ‘갇힌 자들의 아버지’ 수형자들은 장로님을 이렇게 부른다.

빗물이 새는 낡고 자그마한 가축병원의 생업보다는 늘 수형자들을 먼저 생각하셨다. 수입이라곤 생계를 걱정해야 할 만큼 빈약했는데, 이마저도 대부분 수형자를 위해 내놓으셨다. 그리고 당신은 수형자들이 출소하면서 버리고 간 옷가지와 신발 등을 세탁해 입곤 하셨다.

자력으로 사회생활이 곤란한 출소자들이 종종 장로님께 도움을 청해온다. 그럴 때마다 망설이지 않고 당신의 주머니를 모두 털어서 송금하시는 장로님, 퍼주기만 하는 장로님을 보고 숨은 재력가인 줄 착각한 출소자들이 한밤중에 복면을 쓰고 흉기를 소지한 채 집으로 쳐들어온 적도 있었고, 이와 유사한 일들이 반복됐지만, 수형자들을 향한 당신의 사랑은 언제나 한결같으셨다.

한 달에 한 번 주어지는 장로님과의 상담이 진행되던 어느 날이었다. 경찰서 유치장에 있다는 출소자의 전화를 받은 장로님이 급하게 일어섰다. ‘창원아, 미안하다. 녀석을 구명하기 위해 지금 서울로 올라가야겠다.’ 내가 물었다. ‘그렇게 고통을 당하셨는데 장로님은 그가 밉지도 않으세요.’ 당신은 이렇게 답하셨다. ‘나도 인간인데 왜 밉지 않겠니. 그렇지만 내가 가지 않으면 누가 녀석을 도와주겠니. 녀석에겐 아무도 없는데.’

잘못된 마음을 지닌 수형자와 출소자들에게 수없이 속고 배신을 당하면서도 허허 웃으시며 그들마저 한결같은 마음으로 품에 안으시는 장로님, 난 이런 장로님이 눈물겹도록 좋다. 십자가의 예수님과 너무도 닮으셨기 때문이다.

2001년 6월 장로님과 자매결연을 하고 16년 동안 함께하면서 많은 은혜를 입었다. 장로님을 멘토로 모시고 싶어서 부탁을 드려 성사된 만남이었다. 18년을 독방에 격리된 채 살아오면서 독방이라는 특수한 환경적 요인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정서적 부작용을 극한까지 겪으면서 여러 번 힘겨운 고비를 만났다. 그때마다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와서 나와 함께해주신 장로님, 이런 장로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나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자식들을 위해 당신의 생명을 대신 내어주신 예수님, 당신을 그토록 배신하고 상처를 준 이들마저도 잃지 않으려고 품에 안으시는 장로님, 예수님을 향한 당신의 열매가 당신을 작은 예수님이 되게 하였고, 눈물겨운 사랑의 역사를 만들었다.

남겨진 전 생애를 통하여 본받고 싶은 분이다. 태어나서 처음 선한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신 분, 혈육의 아버지보다 더 큰 사랑으로 보살펴주신 나의 영적 아버지 김신웅 장로님, 정말 사랑합니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