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블루 시그널] 골수 팬덤이 한국교회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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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블루 시그널] 골수 팬덤이 한국교회를 세운다

입력 2020-10-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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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는 저서 ‘부족의 시대’에서 신부족사회의 출현을 예고했다. 핵심은 인류가 한동안 개인주의를 추구하다가 다시 부족공동체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마케팅 전략가로 꼽히는 세스 고딘 역시 올해 초 국내에 출간된 ‘트라이브즈’(Tribes)에서 새로운 부족사회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통해 이런 예견이 앞당겨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비대면문화가 확대되면서 혈족이나 지역이 아닌 개인의 취향이나 사상, 혹은 어떤 제품을 중심으로 해서 새로운 커뮤니티가 이뤄지고 있다. 즉, 코로나 이전의 전통 제도 조직을 탈피해 호감이 가는 사상이나 제품을 중심으로 모인다. 코로나로 인해 재편된 사회 속에서 전통적이고 제도적인 것만을 고집하는 조직이나 공동체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고집하고 있지 않은가. 새천년을 맞아 모든 기업은 시대 변화를 직감하고 준비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기존의 매뉴얼만 돌리고 장밋빛 희망만 품고 있었다. 새천년을 맞아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고 사회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대비하고 준비하지 않았다.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지식인들이 어떻게 보든지 간에 우리들의 길만 고집했다. 사회적 감수성과 공감능력을 잃어버린 채 종교적 카르텔을 쌓고 ‘이너 서클’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더니 책임지는 리더십의 부재(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끊임없는 교계 분열을 보여주며 사회적 신뢰도와 인지도가 실추되고 대사회적 리더십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그런데 코로나까지 와서 한국교회를 초토화시켜 버리고 말았다. 한국교회는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신학적으로 온라인 예배가 맞느니 안 맞느니 하면서, ‘원 리더십’을 행사하지 못하고 ‘원 메시지’를 내지 못했다. 물론 정부가 코로나를 ‘정치 방역’하고 교회의 예배를 지나치게 제재한 면도 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예배 강행만 주장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뒷북을 친 데도 문제가 있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새로운 부족사회가 오고 있다. 공간의 권위와 공동체의 권위만을 고집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무조건 공간의 권위와 전통의 권위만을 주장하며 현장예배에 나오라고 하는 것과 정말 하나님을 사모하고 사랑해서 현장예배에 모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제 우리는 공간의 권위, 제도와 전통의 권위를 넘어 영적 역설적 공동체, 즉 ‘거룩한 부족 교회’(Holy tribe church)를 이뤄야 한다.

부족사회의 특징이 무엇인가. 족장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결속력이다. 한국교회는 부족적 공동체성이 약해서 코로나 때도 제일 손해를 본 것이 아닌가. 그나마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소통에 앞장서 이 정도로 한국교회를 지킬 수 있었다. 한국교회가 거룩한 부족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가 한국교회를 세우는 골수 팬덤이 돼야 한다.

나심 탈레브는 “2%의 사람들이 골수 팬덤이 돼 제품을 홍보해주고 팔아주면서 확장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파레토의 법칙을 초월해 그 2%의 골수 팬덤이 20%를 이끌어가고 20%가 또다시 절대다수를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자기 이익을 앞세우는 사람은 자리다툼을 하며 싸우다가 분열을 일으키게 돼 있다. 그러나 영적 골수 팬덤은 사익과 명예, 교권을 초월해 한국교회 공익을 위해 스스로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이다. 한국교회의 연합은 코로나를 통해 보여주신 하나님의 시대적 시그널이요 역사적 소명이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영적 골수 팬덤이 돼 한국교회를 회복시키고 세우자. 더 거룩한 부족공동체, 강력한 영적 역설적 교계 연합체를 만들어가자.

새에덴교회 예장합동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