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문명의 충돌

국민일보

[한마당] 문명의 충돌

이흥우 논설위원

입력 2020-10-30 04:04

2015년 1월 파리에서 일어난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이 전 세계에 미친 충격파는 컸다.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실은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불만을 품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17명이 숨지자 유럽을 중심으로 반이슬람 물결이 거세게 일었다.

5년여가 지난 지금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의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표현의 자유’로 가르친 중학교 교사가 체첸계 무슬림에게 무참히 살해되는 테러를 당하면서 유럽과 이슬람 세계 지도자들은 서로를 향해 여과 없이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럽에서 반이슬람 분위기가 거세질수록 이슬람권의 프랑스 불매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십자군전쟁이 재현된 듯하다.

두 진영의 갈등은 ‘표현의 자유’냐 ‘신성모독’이냐로 귀결된다. 유럽인들은 무함마드도 표현의 자유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한 데 비해 무함마드 형체를 그리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무슬림들은 신성모독으로 받아들인다. 새뮤얼 헌팅턴이 말한 ‘문명의 충돌’이다. 헌팅턴은 종교를 문명권을 구분하는 1차 기준으로 봤다. 탈냉전 시대에 사람과 사람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념, 정치, 경제가 아니라 문화라는 것이다. 그는 “45년 동안 철의 장막은 유럽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경계선이었다. 그 선은 이제 동쪽으로 몇 백㎞ 옮겨져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 정교 세계를 구분하는 경계선이 됐다”고 했다. 유럽과 이슬람의 갈등은 가장 위험한 문화적 분쟁은 문명과 문명이 만나는 경계선에서 발생한다는 헌팅턴의 명제에 딱 들어맞는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했다. 그러나 유럽과 이슬람 지도자들은 갈등을 키우는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 배려가 부족한 탓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역지사지하면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 수 있을 텐데 여기나 저기나 제 주장만 옳다 하니 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흥우 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