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고? 스톱?… ‘졌잘싸’ 타이밍에 美 지지 받고 고민

국민일보

유명희 고? 스톱?… ‘졌잘싸’ 타이밍에 美 지지 받고 고민

못마땅한 WTO 흔들기 해석 … 靑 “아직 공식 절차 남아 있다”

입력 2020-10-30 00:04 수정 2020-10-30 00:04
사진=윤성호 기자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졌다. WTO 회원국 선호도 조사로는 유명희(사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열세인 상황이다. WTO는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처럼 회원국 만장일치를 통해 사무총장을 선출한다. 수순대로라면 열세인 유 본부장이 자발적으로 사퇴하고 남은 한 명이 사무총장으로 추대된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백신면역연합 이사회 이사장이 선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돌발 변수가 등장하면서 결과를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미국이 유 본부장을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하며 만장일치 구도를 흔들어놨다. 한국 정부도 자발적 사퇴에는 거리를 뒀다. 유 본부장의 결정에 따라 미국, 그리고 WTO 대다수 회원국 간의 관계가 어긋날 수 있게 됐다.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선호도 조사만 보면 오콘조이웨알라 이사장이 앞선다. 28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164개 회원국 중 104개국(63.4%)이 오콘조이웨알라 이사장에게 힘을 실었다. 유 본부장이 밀리기는 했지만 손해는 아니다. 한국인 최초로 결선 과정까지 올라섰다는 점에서 이미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이 전면에 나서면서 발생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8일(현지시간) “유 본부장을 지지한다”는 공식 성명을 내놨다. 국제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미국이 사실상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 정부도 아직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특별이사회 등 공식 절차가 남았다”고 말했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 본부장이 선뜻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미국·한국 정부의 뜻을 거스르면서 후보를 사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버티면 유럽연합(EU)을 비롯한 타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진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미국의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유 본부장 지지 성명을 통해 WTO를 흔드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 전문가는 “WTO에 반감을 지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선거를 기화로 WTO 조직 흔들기에 나섰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했다.

1999년 WTO 사무총장 선거처럼 두 후보가 임기를 6년으로 늘려 3년씩 수행하는 경우의 수도 있기는 하다. 다만 이 역시 WTO 체계를 뒤흔드는 것이어서 한국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유 본부장이) 다각도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임성수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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