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두글자 발견 : 성경 속 식물(끝) ‘겨자’] 지금은 작은 씨앗에 불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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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두글자 발견 : 성경 속 식물(끝) ‘겨자’] 지금은 작은 씨앗에 불과하나…

새가 깃드는 안온한 나무로 성장하리라

입력 2020-11-1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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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성경의 겨자씨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믿음과 천국을 이야기할 때 비유한 성서 식물이다. 신약 복음서에만 다섯 차례(마 13:31, 17:20, 막 4:31, 눅 13:19, 17:6) 등장한다.

겨자씨는 아주 작은 씨앗이다. 예수님 당시에 팔레스타인 지방에서는 가장 작은 것을 말할 때 겨자씨 같다고 비유했다. 겨자씨는 1~2㎜ 크기의 작은 씨앗이지만, 잠재된 생명력이 있어 2~3m 높이로 자라 큰 숲을 이룬다. 겨자씨가 땅에 떨어져 싹이 나면 이듬해 그 지역은 겨자밭으로 변할 정도로 전파력이 강하다. 갈릴리호숫가에서 예수님이 전한 복음이, 그리고 제자들이 전한 복음이 우리에게까지 전해졌듯이 복음엔 겨자씨와 같은 생명력이 있다.

겨자(학명 Brassica nigra Koch)는 히브리어로 하르달, 헬라어로 시나피, 영어로 머스타드(mustard)로 불리는 십자화과 1년 초다. 우기인 2~3월에 겨자꽃이 만발한다.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피는 유채꽃과 흡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유채꽃은 밭에서 자라지만, 겨자꽃은 들판에서 피어난다는 것이다. 겨자꽃은 이스라엘 중부와 북부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갈릴리호수 주변에선 산 전체가 노란 겨자꽃으로 덮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갈릴리의 겨자꽃

예수님이 제자들과 갈릴리호숫가를 걷다 노란 겨자꽃으로 뒤덮인 들판을 보시며 말씀하셨을 것 같다. 예수님은 겨자씨를 천국에 비유하셨다. “또 이르시되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비교하며 또 무슨 비유로 나타낼까. 겨자씨 한 알과 같으니 땅에 심길 때에는 땅 위의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심긴 후에는 자라서 모든 풀보다 커지며 큰 가지를 내나니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만큼 되느니라.”(막 4:30~32)

‘겨자씨 한 알’은 가장 작은 것을 나타내는 당시 유대인들의 속담식 표현이며 ‘참된 믿음이 조금만 있다 할지라도’라는 의미가 있다. 제자들은 자신들의 믿음에 더 많은 양의 믿음을 더해 달라고 했지만, 예수님은 오히려 질적인 면을 말씀하셨다. 참된 믿음을 조금만 갖고 있어도 양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겨자씨 한 알만큼이라도 믿음을 가질 것과 그 믿음을 겸손한 마음으로 지킬 것을 당부하셨다.

‘겨자씨의 비유를 말씀하시는 그리스도’, 목판에 에그 템페라, 이탈리아 산타 마리아 수도원.

제자들이 귀신 들린 아이를 고치지 못해 쩔쩔매고 있을 때였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겨자씨만 한 믿음만 있어도 귀신을 쫓아내고 산도 옮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르시되 너희 믿음이 작은 까닭이니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너희에게 믿음이 겨자씨 한 알만큼만 있어도 이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겨지라 하면 옮겨질 것이요 또 너희가 못 할 것이 없으리라.”(마 17:20)

누가복음에서 예수님은 겨자씨와 뽕나무를 의도적으로 비교하셨다. “주께서 이르시되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 있었더라면 이 뽕나무더러 뿌리가 뽑혀 바다에 심기어라 하였을 것이요 그것이 너희에게 순종하였으리라.”(눅 17:6)

뽕나무는 겨자와 비교할 수 없이 큰 나무다. 뽕나무로 번역된 돌무화과나무는 10m가 넘게 자란다. 아무리 작은 믿음도 거대한 뽕나무를 옮길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믿음이다.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는 성지에서 만나는 겨자는 상상과 달리 나무가 아니라 1년생 풀이란 점이다. 성경에서 새들이 깃드는 나무가 된다는 표현은 나무처럼 크게 자란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가복음 4장 32절에선 나무란 표현을 쓰지 않고 “심긴 후에 자라서 모든 풀보다 커지며”라고 했다. “겨자씨는 나무가 되고 하늘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인다.”(마 13:32) 겨자나무는 백향목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하늘나라를 찾을 수 있다. 겨자나무에 깃드는 새는 예수님에게 모여 오는 세상의 민족들을 상징한다. 작은 겨자씨가 심어져 나무가 되고 하늘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드는 모습을 그려보면 참으로 아름답다.

씨앗과 복음


겨자에 대한 성경적 비유는 모두 ‘작다’는 뜻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실 교회는 겨자씨처럼 미약하게 시작됐으나 나중에는 심히 창대하게 됐다. 하나님의 나라 역시 처음은 작지만 나중에는 커진다. “마치 사람이 자기 채소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자라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느니라.”(눅 13:19)

씨앗 안에 생명이 있다. 작은 씨앗에 담긴 생명력처럼 그리스도인에겐 복음의 능력이 있다. 복음의 능력이란 겨자씨만 한 작은 믿음이 있으면 산을 들어 옮길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우리 안에 있는 한 알의 영성이 신실하다면, 생명의 싹을 틔워 온 천지에 노란 겨자꽃을 피울 것이다.

우리 안에 있는 한 알의 영성이 부르심을 듣는 귀가 있다면, 새들이 날아와 쉴 수 있는 나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겨자씨엔 이 ‘부르심에 대한 출발과 완성’이 담겼다. 겨자씨만 한 작은 믿음도 그 믿음이 살아있다면 능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작은 씨앗이 심겨져 거대한 나무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은 작은 씨앗에 불과하지만, 땅에 심겨져 새가 깃드는 안온한 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 겨자씨만 한 작은 믿음이 내게 있다면 말이다. 우리에게 겨자씨는 ‘희망과 인내’의 상징이다.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