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동철 칼럼] 검찰 개혁, 제대로 가고 있나

국민일보

[라동철 칼럼] 검찰 개혁, 제대로 가고 있나

입력 2020-11-04 04:01
수사권 조정·공수처법 등으로 검찰 견제 장치 마련했지만
수사 독립성은 갈 길 멀어
여권의 윤석열 총장 흔들기는 검찰 순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키워
야당 돼도 수용할 개혁이라야 추진 동력 얻을 수 있을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평검사 공개 저격을 비판하며 동료 검사가 지난달 29일 검찰 내부 검사 전용망에 올린 ‘장관님의 SNS 게시글에 대하여’란 제목의 글에 300개 가까운 지지성 댓글이 실명으로 달렸다. 추 장관이 SNS에서 ‘개혁 대상’이라고 암시했던 동료 검사가 지난달 28일 같은 곳에 올린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는 글에도 실명 댓글 70여건이 올라와 있다. 댓글을 단 검사 수는 전체 검사의 10분의 1가량으로 대부분 평검사들이라고 한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 수장을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공개 비판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추 장관과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과 방식에 대한 불신이 검찰 내부에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이 8부 능선을 넘어가면서 특권검사들의 저항도 노골화되고 있다”고 집단 댓글을 ‘반(反)개혁’으로 몰아붙였지만 그렇게 일방적으로 몰아갈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통신망에 게시된 두 검사의 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일련의 검찰 개혁 조치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어 보이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도 있다. 두 검사는 추 장관의 지휘권 남발, 감찰권까지 동원한 압박, 편향된 인사권 행사 등으로 검찰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개혁은 필요하고 여전히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 개혁의 큰 틀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를 종용하는 듯한 여권의 전방위 압박은 개혁 조치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2005년 천정배 장관 시절 딱 한 차례뿐이었는데 추 장관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세 차례나 발동했고 최근 윤 총장을 겨냥한 감찰권까지 꺼내들었다. 3일에는 ‘커밍아웃’ 검사들을 퇴출시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윤 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민주당도 윤 총장을 정치 검사로 규정하면서 연일 압박하고 있다. 여권의 이런 행태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윤 총장과 여권이 갈등 관계로 돌아선 것은 검찰 수사가 여권 인사들을 겨냥하면서다. 정권 초기 전 정권 인사들이 대상인 ‘국정농단 수사’ ‘적폐 수사’ 때는 윤 총장을 정의의 화신인 것처럼 치켜세우더니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시작으로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옵티머스·라임 사건 등 여권 인사가 연루된 의혹을 받는 수사를 본격화하자 일제히 태도를 바꿨다. 여권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에게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몰아세웠지만 그런 지적은 박 의원을 비롯한 여권을 향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검찰 개혁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고 그 과정에서 피의자나 참고인들의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해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꾀하고, 기소독점권을 악용해 눈을 감았던 검찰 내부 비리를 단죄하는 것도 개혁의 중요한 축이다.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과 시행령 및 규칙 제·개정 등을 통한 검경 수사권 조정 및 수사 관행 개선, 공수처 설치법 제정 등으로 검찰권의 분산과 민주적 통제를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으나 수사 독립성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권력형 비리는 보수든 진보든 가리지 않고 수사해 단죄하는 게 검찰의 당연한 책무다. 내 편을 겨냥했다고 비난하는 건 정치 검찰이 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법에 보장된 권한이지만 자제해야 마땅하다. 행사할 때는 명분과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 지금까지 발동한 수사지휘권이 이에 부합했다고 보기 어렵다. 여권에 유리한 검찰과 공수처를 만들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는 순간 검찰 개혁은 명분을 잃게 되고 동력도 떨어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검찰 개혁은 민주당이 야당이 되더라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내용과 방식으로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추 장관과 민주당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제도는 남는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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