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 칼럼] 부적절 장관들… “당신은 해고야!”

국민일보

[박정태 칼럼] 부적절 장관들… “당신은 해고야!”

입력 2020-11-10 04:01

성인지 집단학습 기회 망언
여권의 잇단 궤변과 실언 등에
국민적 피로감 극에 달할 지경

검찰총장과 맨날 싸움박질
무능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
공개적 사표 소동의 항명 쇼
존재감 없고 리더십도 한계

분노 게이지 급상승시킨 이런 각료들
사퇴든 경질이든 정리해야… 대통령 침묵은 무책임

문재인 정권의 각료들은 참으로 용한 재주가 있다. 가만히 있는 국민의 화를 돋우는 재주 말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지쳐만 가는데 궤변과 망언 바이러스를 방방곡곡에 퍼뜨리고 있으니 국민이 울화통이 터질 만도 하다. 특히 지난주 각료들이 현란한 솜씨랍시고 보여준 언행은 정신상태가 온전한지를 의심케 할 정도다. 싸움닭 장관, 무능 장관 등이 그동안 국민 스트레스를 가중시켜온 것까지 포함하면 국민적 피로감이 극에 달할 지경이다.

갑자기 국민의 부아를 치밀게 한 각료는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두 전직 시장의 성범죄로 838억원의 선거 비용이 들어가는 것과 관련한 국회 질의에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 학습을 할 기회가 된다”고 답했다. 안 해도 될 선거를 치르기 위해 혈세를 쏟아부어야 하는데 온 국민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에 좋은 기회란다. 그렇다면 어렵사리 학습교재를 만들어준 전직 시장들에게 무한 감사해야 할 판이다. 낯 뜨거운 궤변이다. 권력형 성범죄 여부를 묻는 초등학생용 ‘OX 퀴즈’에 대해선 아예 답변조차 거부한다.

진영논리로 무장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시민단체 대표 출신이라는 이 양반이 지난해 9월 장관직에 왜 올랐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니 여권 핵심부에 기댈 수밖에. 윤미향과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이 터졌을 때는 감싸기만 하고, 박원순 사건 때는 뒷북 대응을 한 건 그래서일 테다. 여가부의 존재 이유를 도통 모르는 사람이 장관직을 유지하는 건 대한민국 여성에 대한 모독이다. 즉각 사퇴하지 않으면 ‘여당가족부’ 폐지 운동이 들불처럼 타오를 테다.

끊임없이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각료도 있다. 알다시피 법무부 장관이다. 검찰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을 언급하고 대전지검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서자 장관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원론적 발언과 감사원의 수사참고자료 이첩 등에 따른 정상적 수사를 놓고 “정치인 총장” “야당발 청부수사”라며 온갖 악감정을 표출한다. 장관은 수사지휘권, 감찰권 행사에 이어 총장의 특수활동비 감찰 카드까지 꺼내들며 총장 제거 작전에만 몰두하고 있다. 여차하면 인사권을 발동해 대전지검장과 수사팀을 날려 버릴 기세다.

국민은 눈만 뜨면 싸움박질하는 장관과 총장을 보노라면 짜증이 난다.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국무총리가 나서보시라. 이미 논란 차원을 넘어 국가기관끼리의 ‘내전’ 아닌가. 대통령이 무책임한 침묵에 빠져 있으면 총리라도 진언해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누구 말마따나 둘 중 한 사람의 해임건의를 하든지, 아니면 둘 다 해임건의를 하든지 말이다. 8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장관 책임 36%, 총장 책임 24%, 둘 다 비슷하다 34%로 나왔는데 참고하기 바란다.

무능한 각료도 더는 좌시할 수 없다.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은 책임을 져야 한다. 23차례 대책에도 부동산 전쟁에서 연전연패한 둘은 진작 자리를 내놨어야 했다. 부총리의 경우 1차 긴급재난지원금 대상 선정에서 여당의 포퓰리즘에 내상을 입었을 때라도 사직서를 던져야 했다. 그런 중차대한 문제에 비하면 별것도 아닌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후퇴에 공개적 사표 소동까지 벌인 걸 보면 딱하기 그지없다. 관가에서 체면이 서지 않으니 ‘항명 쇼’를 하다 대통령의 재신임 한마디에 꼬리 내린 격이다. 사의 의지가 강했다면서 왜 번복했는지 알 수가 없다. ‘홍두사미(洪頭蛇尾)’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존재감 없는 각료도 꽤 있다. 외교부 장관은 긴급 관계장관회의 참석 요청도 받지 못해 ‘패싱’ 논란을 불러오고 주요 외교 문제에서는 겉돌고 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장관 본인이 리더십의 한계를 느낀다고 직접 호소했으니 이쯤에서 휴식을 보장해주는 게 인권보호 측면에서 적절하겠다. ‘존재감 제로’라는 지적을 받는 보건복지부 장관 등 몇몇은 더 말해 무엇하랴.

그간 참고 참아온 국민의 분노 게이지가 임계점에 다다랐다. 불쾌지수를 급상승시킨 이런 각료들은 사퇴든 경질이든 자리를 정리하는 것이 맞다. 그게 국민적 피로도를 덜어줄 최소한의 처방전이다. 막무가내로 버틴다면 트럼프의 유행어를 빌려 국민은 이렇게 외칠 게다. “당신은 해고야!”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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