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카톡 못 받아 우는데, 결국 폰 샀죠” 학부모들 한숨

국민일보

“담임카톡 못 받아 우는데, 결국 폰 샀죠” 학부모들 한숨

비대면 교육 확대로 안 사줄수 없어

입력 2020-11-11 00:04

경기도 고양에 사는 은행원 김모(39·여)씨는 지난 8월 오전 업무 중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가 2건 찍힌 것을 발견했다. 자녀가 온라인 수업에 접속하지 않아 수업이 미뤄지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담임 선생님의 다급한 문자메시지도 와 있었다. 알고 보니 스마트폰이 없는 김씨의 자녀가 수업이 늦어진다는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채팅방) 공지를 확인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김씨는 10일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들은 부모가 대신 반 단톡방에 들어가 있다”며 “문제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불시에 날아오는 공지를 자녀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수업에 결석할 뻔했다’며 우는 아이를 보니 스마트폰을 안 사줄 수가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교육이 확대되면서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자녀가 각종 미디어나 게임에 과잉 노출될까 우려스럽지만 스마트폰 없이는 자녀의 원만한 학교 생활 또한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30대 워킹맘 이모씨는 지난달 내년에 중학생이 될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줬다. 아이가 학교에서 ‘민폐’ 취급을 받을까봐 걱정돼서였다. 이씨는 조모임 과제물을 수행할 때 자녀가 겪는 어려움을 소개했다. 학생들이 단톡방에서 함께 과제물을 만들어 제출하는 수업이 있는데, 이씨 자녀만 조장과 문자메시지로 소통해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씨는 “담임 선생님이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일일이 이메일을 넣어주고는 있지만 공지사항이 많은 날에는 종종 누락되기도 한다”며 “그렇다고 바쁜 선생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초등학교 고학년일수록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 시청, 사진 촬영 등 수업 중 스마트폰 활용 비중이 높아진다고도 했다.

학부모들도 ‘공신폰’ 등의 사용으로 나름 타개책을 세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공신폰은 인터넷 접속 기능과 앱 설치 기능을 차단한 제품이다. 코로나19 이전에 학부모 사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성능 면에서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이유로 무용지물 취급을 받고 있다.

성남에 사는 학부모 A씨 역시 최근 초등학생 딸과 다투는 일이 많아졌다. 딸이 다니는 영어학원에 방역용 QR코드 인증이 도입된 이후 공신폰만 쓰던 딸이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공신폰으로는 QR코드 인증이 불가능하다 보니 A씨의 딸만 출입명부를 일일이 수기로 작성했다고 한다. A씨는 “친구들이 딸에게 ‘원시인’이라고 놀리는 바람에 아이가 학원을 가기 싫어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교사 박모(30·여)씨는 “이전에도 쏟아졌던 스마트폰 관련 학부모 민원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에 따르면 방역과 관련해 등교 여부나 급식 수요 조사 등 각종 설문은 카톡이나 구글 문서로 이뤄지고 있다. 박씨는 “학교에서도 스마트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려 하지만 어려운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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