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치유와 회복의 시간

국민일보

[빛과 소금] 치유와 회복의 시간

송세영 종교부장

입력 2020-11-14 04:05

긴 터널의 끝이 살짝 보인다. 미국의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임상시험 중간 결과가 최근 나왔다. 최종적으로 예방 효과가 입증되고 안전성이 확인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획기적인 희소식이다. 한동안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백신 개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팽배했었다. 포스트 코로나를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고 코로나19와 언택트가 일상이 되는 위드 코로나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화이자의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내년 중반에는 한국에서도 대량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제약사들의 백신과 치료제도 임상시험이 한창인 만큼 이르면 내년 안에 일상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교회도 이제 위드 코로나에서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를 상정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금까지는 ‘기도하며 어떻게든 버텨내자, 견뎌내자’는 데 방점이 있었다면 이제는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치유와 회복에 나설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치유와 회복의 기준이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 직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모이는 예배를 드리지 못했고 성도 수가 줄고 재정과 사역이 위축됐다. 코로나19가 원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착시현상이다. 코로나로 겪는 고통이 워낙 크다 보니 코로나 이전의 상황을 미화하는 심리가 나타난다. 하지만 한국교회에 아름다웠던 그때 그 시절은 가까운 과거에 없었다.

2019년 이전 한국교회는 이미 위기에 빠져 있었다. 성도 수는 정체와 감소를 거듭했고 일부 목회자와 교인의 윤리적 타락으로 대사회적 영향력과 신뢰도가 떨어졌다. 연합기관은 분열되고 이단과 극우세력에 잠식됐다. 개교회주의가 심화했고 교회의 본질이 아닌 외형에 치중하다 무리한 건축으로 빚더미에 오른 교회도 있었다. 교회학교 위축과 함께 다음세대 위기론이 제기된 지는 10년이 넘었다. 크리스천들은 세상 속에서 구별되지 않았고 비신자들은 한국교회를 자신들과 상관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여겼다. 코로나 사태는 도화선 역할을 했을 뿐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위기가 내재돼 있었다.

한국교회가 선포해야 하는 것은 코로나19 이전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이 모든 병폐로부터의 치유와 회복이다.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 다스리는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적 치유와 회복이다. 한국교회 위기의 근본 원인을 찾아 치유해야만 재발과 악화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오직 복음으로 돌아갈 때만 가능하다.

예배당에서는 물론이고 일상 속에서도 복음을 붙들고 있는지, 복음적으로 사역하고 행동하고 말하는지 자문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 방역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과장되고 부당하다고 억울해하기 전에 고통받는 이웃들과 함께 울며 애통해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교회와 목회자, 성도들의 사회적 평판에 신경 쓰기에 앞서 대재난 가운데 치유와 회복의 비전을 내놓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영국의 신학자 톰 라이트는 책 ‘하나님과 팬데믹’에서 경고한다. “똑같이 구태의연한 다툼, 똑같이 구태의연한 얄팍한 분석과 해결책만 나오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다.” “우리가… 초조해하며 자리에 앉아 마냥 기다린다면, 기존 세력이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맘몬은 매우 강력한 신이다.” 그의 말대로 지금 크리스천에게 필요한 것은 ‘이 탄식의 시기를 기도와 소망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며 ‘새로운 창조세계가 탄생할 수 있도록 비전과 현실을 나란히 붙잡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한국교회에 분열과 일탈, 세속화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2020년 한 해가 잃어버린 1년이 아니라 치유와 회복의 원년으로 기록되면 좋겠다.

송세영 종교부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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