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글셋방 시절부터 교회를 1순위로… 사업은 하나님이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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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글셋방 시절부터 교회를 1순위로… 사업은 하나님이 이끌어”

38년 시무 마치고 원로장로 추대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입력 2020-11-1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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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그룹 회장인 이규태 서울 본교회 장로가 15일 서울 한 호텔에서 38년 교회사역을 마치고 원로장로로 추대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일광그룹 회장인 이규태(70) 장로가 지난달 25일 38년간 시무했던 서울 본교회(조영진 목사)에서 원로장로로 추대됐다. 추대식에서 이 장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작은교회에 지원해달라며 1000만원을,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1000만원을 전달했다.

서울 한 호텔에서 15일 만난 이 장로는 “교회운영위원장으로 교회를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면서 “은퇴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개인사 때문에 교회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마음의 짐이 무거웠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교회 건축이었다”면서 “20년 전 갑자기 교회당이 전소되고 건축을 하다가 목회자가 갑자기 사임하는 등 38년간 교회 안에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사글셋방 시절부터 목회자를 열심히 섬기고 내 집보다 교회건축을 1순위로 했더니 사업은 정말 하나님이 책임져 주셨다”고 전했다.

이 장로의 인생은 본교회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3년 교회 등록 후 92년 장로가 됐으며, 2001년 건축위원장을 맡아 130억원이 넘는 규모의 공사를 진행했다. 30억원이 넘는 건축헌금을 내고도 건축비가 모자라자 회사를 전세형태로 교회 사무실로 옮기기도 했다.

그가 이런 결단을 했던 비결은 모친의 신앙심과 관련 있다. 이 장로는 “어머니는 끼니마다 집주변 걸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예수를 전했다. 나누고 퍼주는 삶이 일상이었다”면서 “등굣길에 걸인을 만나면 집 약도를 그려주며 ‘여기에 가면 어머니가 밥을 준비해 주실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2015년은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해다. 방산비리 혐의로 고초를 겪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2009년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도입 사업 때 터키 업체와 방위사업청 간 납품 거래를 중개하면서 납품가를 부풀려 약 200억원의 수익을 챙겼다는 혐의로 이 장로를 기소했다.

지난달 25일 원로장로 추대식에서 조영진 서울 본교회 담임목사(오른쪽)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이 장로. 강민석 선임기자

하지만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1100억원 대의 방산비리’ 혐의는 법정 다툼 끝에 2018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왔다. 자동으로 범죄수익은닉 혐의도 무죄가 났다. 다만 학교 건물을 지을 때 받은 대출금을 교육청 허가 없이 교비로 상환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확정됐다.

이 장로는 “교도소에 갇혔을 때 ‘억울한 감정에 휩싸여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면 육체적으로 병이 생긴다. 시간을 잃더라도 건강까지는 절대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면서 “이 역시 하나님의 계획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기름기 있는 식단을 멀리하고 운동을 하면서 건강관리에 철저히 신경 썼다”고 회고했다.

이어 “허위 진술을 했던 사람들에 대한 미운 감정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을 증오하다간 누군가에 대한 증오감에 갇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어떤 사람에 대해 불평을 쏟아내고 흉을 본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 에너지, 부정적 시간 투자 아니겠나. 그래서 용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방산비리’라는 억울한 꼬리표가 붙긴 했지만, 그는 1985년 일광그룹을 설립하고 방위사업체를 키운 성공한 사업가다. 국방부 군수물자를 공급하고 무역대리업을 진행하면서 숱한 경영 위기를 대처했던 경영인 입장에서 신종 코로나19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기업을 운영할 때 코로나19와 같은 리스크는 언제나 있었습니다. IMF 구제금융 사건 때도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실한 경영자는 위기를 호기로 전환했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독교가 마치 배타적 종교처럼 부정적 낙인찍혀 있는데, 선교나 섬김, 사회참여를 통해 공적 책임,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며 잘못된 인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그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 기독교가 되지 않으려면 일반 시민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키는 최소한의 책임의식, 윤리적 수준, 사회의식을 뛰어넘는 감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은 우리 교회만 집중할 때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교회가 뿌리내린 지역사회, 국가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까지도 두루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로 은퇴 이후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장로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나 교계에서 맡겨주신 일에 힘쓰겠다”면서 “기업 이윤을 통해 사회 섬김에도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 장로는 2000년 학교법인 일광학원을 설립하고 우촌초등학교를 인수한 뒤 2008년 우촌유아학교를 개원했다. 2005년 일광복지재단, 2008년 일광실버복지센터(일광노인요양센터)를 설립했다. 2006년부터 한빛어린이집과 상월곡실버복지센터를, 2010년부터 정릉데이케어센터와 정릉실버복지센터를 수탁 운영하고 있다. 일광복지재단은 2001년부터 매년 ‘사랑의 김치 나눔’을 하며 소외 계층을 돌보고 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