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우 칼럼] 2022 대선무대에서 윤석열을 볼 수 있을까

국민일보

[이흥우 칼럼] 2022 대선무대에서 윤석열을 볼 수 있을까

입력 2020-11-18 04:01
‘정의 아이콘’ ‘탄압받는 약자’ 이미지가 만든 윤석열 현상
인기투표 성격의 현 여론조사 경쟁력 재는 정확한 척도 못돼
제3 후보 대선 승리 전례 없어 조직력이 더 중요한 대선… 단기필마 경우 미풍에 그칠 듯

최근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2022년 대통령 선거는 이낙연 이재명 윤석열 3강 구도로 굳어진 느낌이다. 정치를 업으로 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는 그렇다 해도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로, 그것도 당선 가능한 선두권 후보로 거론되는 건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특이한 경우다. 이후로도 보기 힘들 듯하다. 정치에 발을 들인 것도 아니고 앞으로 정치를 할지, 말지 불투명한데도 윤 총장에 대한 지지세는 무시 못할 정도가 됐다.

포털 검색창에 윤석열을 치면 ‘윤석열 관련주’ ‘윤석열 지지율’ ‘윤석열 임기’ ‘윤석열 대선’ 등 차기 대선 관련 검색어가 함께 뜬다. 대중이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의 한 사람으로 윤 총장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드롬 수준은 아니어도 ‘윤석열 현상’으로 부를 만하다. 윤석열 현상은 반문재인 성격이 강하나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지지하기엔 꺼림칙한 정서가 복합적으로 반영돼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진영논리에 매몰된 거대 양당정치에 식상한 대중의 새정치 욕구가 윤 총장으로 투영된 셈이다.

윤 총장 지지층은 곧잘 그를 ‘정의의 아이콘’으로 치환한다.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선 이미지가 오늘의 윤석열을 있게 한 바탕이 됐다. 박영수 특검 팀에서 국정농단 수사로 정의의 이미지는 대중에게 더욱 공고히 각인됐고, 문재인정부에서 조국 수사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진보든, 보수든 정권을 가리지 않고 살아 있는 권력을 단죄하다니 이보다 대중이 환호할 드라마틱한 요소는 드물다. 여기에 더해 권력에 핍박받는 모습은 그의 지지율을 더 끌어올렸다. 권력이 약자 편에 서기 마련인 대중의 심리를 자극한 셈이 됐다. 정의를 실천하다 권력의 탄압을 받는 약자 코스프레는 대중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윤 총장이 뜬 건 분명하나 그의 지지율엔 거품이 많아 보인다. 윤 총장 지지율은 그가 뭔가 보여줬다기보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꼴보기 싫어 몰린 반대급부 성격이 짙어서다. 여론조사 업체에 따라 지지율 편차가 큰 것을 보면 지지층의 충성도 또한 이낙연, 이재명에 비해 약하다는 느낌을 준다. 사소한 일에도 윤 총장 지지층이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얘기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게 인기투표 방식의 지금의 여론조사는 차기 대선의 경쟁력을 재는 진정한 척도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보기로 제시된 10명 안팎의 인물이 모두 대선에 나서는 일은 없다. 이낙연, 이재명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 탈당하지 않는 한 두 사람이 대선 본선에서 맞붙는 경우는 없다. 국민의힘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치에서 정당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다. 이회창은 한 번은 여당 후보로, 한 번은 제1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각각 38.74%, 46.5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선자와의 득표율 차이는 1.53% 포인트, 2.33% 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제3 후보로 나선 17대 대선에선 15.07%를 득표해 33.60% 포인트 차이로 대패했다. 이회창뿐 아니라 유력한 제3 후보로 평가받았던 박찬종 이인제 안철수 모두 거대 양당의 프리미엄을 극복하지 못했다. 변죽만 울리고 중도에 접은 전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전 국무총리 고건 사례를 보면 더 분명해진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플랫폼 구성을 제안한 것은 제3 지대 후보 당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걸 이미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총선은 개인기가 통한다. 그러나 대선은 조직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승리하기 어렵다. 19대 대선 때 여당 후보 홍준표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안철수에게 밀렸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62% 포인트 차로 안철수를 제쳤다. 조직력의 힘이다. 국민의힘 예비후보군 지지율이 비록 지금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해도 후보가 확정되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걸 19대 대선이 보여줬다. 윤 총장 개인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단기필마로 조직력을 뛰어넘긴 역부족이다. 반문 진영 입장에선 윤 총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차기 대선에 나서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일 텐데 국민의힘이 호락호락 기득권을 내줄 확률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경험칙상 윤석열 현상은 찻잔 속 미풍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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