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는 1000년 전 어떻게 해석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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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는 1000년 전 어떻게 해석됐을까

창세기와 만나다/로널드 헨델 지음/박영희 옮김/비아

입력 2020-11-2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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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설을 옹호했던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1633년 로마교황청의 종교재판소를 나서는 모습을 그린 삽화. 성직자 앞에선 지동설을 부인한 갈릴레이가 재판정을 나오며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렸다는 설화가 있다. 게티이미지

“성경은 그 참뜻을 파악한다면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경의 참뜻은 종종 파악하기 힘들고 본문의 문자적 의미와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어떤 이가 언제나 성경에서 문자적 의미만 보려 한다면, 그에겐 성경이 모순과 거짓 명제로 가득 찬 문헌으로 보일 것이다.”

신학자나 성서학자가 했을 법한 이 말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폴란드 과학자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옹호한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1616년 로마 가톨릭교회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성경에 전적으로 반한다”는 이유로 공식 비판했다. 창세기 1장을 비롯한 구약성경은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를 묘사한다. 당대 사람들은 “하늘의 단단한 반구에 놓인 천체들이 일정한 경로를 따라 매일 지구 주위를 회전한다”고 이해했다.

중세를 지배한 이 우주관은 고대 천문학의 표준 견해였다. 맨눈으로 볼 땐 문제가 없었지만,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찰하면서 무너진다. 가톨릭 신자인 갈릴레이는 “성경은 참되지만, 종종 인간의 제한된 지성에 맞춰 이야기를 건넨다. 성경의 참된 의미를 알기 위해선 해석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문자적 해석을 넘어 성경 속 함의를 파헤쳐야 한다는 생각은 신·구교 모두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교회가 창세기 1장의 문자적 의미를 고수함에 따라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소에서 입장을 철회한다.

갈릴레이 재판을 기점으로 서구 지성 사회는 성경의 문자적 해석보다 그 속에 숨겨진 의미와 문학성을 발굴하는 상징·문학적 해석에 집중한다. 그럼 갈릴레이 이전엔 창세기 본문을 모두 문자 그대로 해석했을까.


히브리 성서학자이자 유대교 학자인 저자는 2500여년 서구 역사를 조명하며 창세기 해석의 변천사를 소개한다. 상징적 해석 방법은 1000년 이상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에서 창세기를 해석한 지배적인 방식이었다. 헬레니즘 시대의 유대인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알렉산드리아의 필론은 창세기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에 흐르는 네 강을 실제 강이 아닌 4가지 미덕으로 해석했다.

종교개혁 이후엔 문자적 해석이 선호되지만, 지동설과 진화론이 대두하면서 성경 해석의 경향도 변한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창세기를 “문학·도덕적 상상력의 원천이자 문학적 가치를 지닌 본문”으로 보는 시각까지 등장한다.

인류의 창세기 해석 변천사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담은 책이다. 기독교 경전으로서뿐만 아니라 탁월한 종교 문헌으로서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 창세기의 독특한 매력을 들여다보고 싶은 이에게 권한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