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독과 약

국민일보

[바이블시론] 독과 약

윤만호 EY한영 부회장

입력 2020-11-20 04:05

독감백신 접종을 한 후 사망자가 계속 이어져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사망의 인과관계를 놓고 시끌벅적한 논의가 진행됐다. 독감백신을 접종하고 나서 일어나는 이상반응은 발열, 무력감, 근육통, 부종 등인데 드물게 아나필락시스라는 과민반응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달걀, 땅콩 등 특정물질에 대해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인데 접종 후에 가슴 통증, 입과 손발의 저림, 발진, 구토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이를 의심한다고 한다. 이번 백신 접종 사태를 보면서 독이나 균은 예방도 하고 치료도 하는 약으로 사용되지만 이것이 과하거나 잘못 관리·사용되면 바로 독이 돼 치명적이라는 걸 느끼며 독과 약은 한 몸임을 생각하게 된다.

독과 약은 분자구조가 같다. 근대 의학의 개척자로 불리는 파라셀수스는 ‘인간을 병들게 하는 것은 인간을 치료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뱀의 독은 혈압강하제로 쓰이고 복어의 독은 진통제 성분이 되며 푸른곰팡이가 페니실린 원료가 된다. 벌의 독으로 봉침을 놓아 치료제로 사용하는 경우도 우리는 흔히 경험한다. 버섯은 항암작용을 하는 약으로 쓰이지만 소량을 섭취해도 목숨을 앗아가는 독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 같은 물이라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된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적당히 먹어야 약이 되지 과식을 하면 독으로 쌓인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작가 최수철은 2019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독의 꽃’에서 생명체는 모두 한송이 독의 꽃이고 삶은 독과 약으로 된 뫼비우스의 띠라고 말한다. “삶이라는 책 한 장 한 장에는 독이 묻어 있어. 네가 손가락에 침을 발라 책장을 모두 넘기고 나면 그로 인해 중독되고 탈진하여 죽음에 이르게 돼. 그러나 너는 그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지.”

이처럼 세상의 모든 것은 독이고 약이다. 우리가 자녀를 사랑으로 기르고 있지만 이 사랑이 지나치거나 잘못되면 부모가 독친(毒親)이 돼 자녀 인생에 독이 되는 것이다.

세상만사를 접할 때 독인지 약인지를 살피는 기준이 있어야겠다. 더 나아가 독을 약으로 만드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최근 논란이 됐던 독감백신 주사가 독이냐 약이냐에서부터 ‘동학개미’ 주식 열풍이 과연 독이냐 약이냐,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나 미국우선주의 정책이 미 경제에 독인가 약인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 시절에 따라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한다.

내 마음의 독은 무엇이고 내 마음의 약은 무엇일까. 성경을 기준으로 마음의 독은 탐욕과 자기 중심주의, 분노와 성냄, 교만과 아집, 두려움과 공포, 불안과 의심 등이 아닐까 싶다. 마음의 약은 신뢰와 믿음, 인내와 포용, 용서와 화해, 온유와 겸손, 사랑과 자비와 같은 덕목이 아닐까. 살아가면서 우리는 마음의 독으로 피어나는 것들을 어떻게 약으로 바꾸며 성령의 열매를 맛보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렘 17:9), “그 입에는 저주와 악독이 가득하고”(롬 3:14). 예수 믿기 전에 우리 마음의 상태가 이런 독이 가득했다고 하면 예수를 믿음으로 마음이 예수님을 점차 닮아가서 약으로 채워져 갈 수 있을까.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요 15:7) 정말 약이 되는 말씀이다.

자기 몸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촛불의 영성이나 찬바람과 추위에 노출돼 예쁜 빛깔로 물들어 떨어지는 단풍의 영성이 우리에게 감탄과 감동을 주듯이 말씀이 우리에게 들어와서 마음의 독이 마음의 약으로 물드는 늦가을이 되면 좋겠다.

윤만호 EY한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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