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나훈아 테스형의 징글벨

국민일보

[빛과 소금] 나훈아 테스형의 징글벨

윤중식 종교기획부장

입력 2020-11-21 04:02

‘테스형 신드롬’의 주인공인 나훈아(74)가 12월 징글벨 콘서트로 돌아온다. 2020년 성탄절을 전후해 부산과 서울, 대구 등 3개 도시에서 ‘나훈아 테스형의 징글벨 콘서트’를 연다. 지난 추석에 TV로 선보인 비대면 콘서트로 전 국민을 들썩이게 한 ‘가황’ 나훈아의 무대를 공연장에서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다음 달 12∼13일 부산 벡스코를 시작으로 18∼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25∼2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다. 1일 2회, 총 16회에 걸쳐 관객들과 직접 만난다. 물론 모든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거리두기 좌석제’로 말이다.

지난 8월 새 정규앨범 ‘아홉 이야기’를 내놨을 때만 해도 설마 했다. ‘테스형’을 비롯해 ‘명자’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까지 부르는 곡마다 큰 화제를 모았다. 황제의 반열에 오른 터였지만 나훈아의 모습에선 ‘자만’이라는 단어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사람은 높은 자리에 앉으면 십중팔구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어떤 가수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유행가 가수는 흘러가는 거지, 뭘로 남고 싶다는 것 자체가 웃긴다”고 답했다. 가수는 영혼이 자유로워야 한다면서 정부가 주는 훈장도 무거워 받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을 신비주의자로 몰아가는 이들을 향해서는 “가당치도 않다”는 말로 일침을 가했다. 꿈이 고갈될 것 같아 지구촌을 돌아다니며 모습을 감춘 것뿐이고, 신곡을 만들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모두가 아픈데 아무도 아파하지 않는 세태에 대해서도 소신 발언을 잊지 않았다. “역대 어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건 적이 있었느냐”라는 말로 답답해하던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뻥 뚫어 줬다. 하고 싶은 말을 툭 던지는 용기가 대단했다. 분명 날이 선 쓴소리였다. 하지만 예전에 그에게서 보였던 날카롭던 눈매와 호통을 치는 듯한 거만한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눈매는 서글서글하고 얼굴도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무엇이 나훈아의 모든 것을 바꿔놓은 것일까. 우선 그의 고백이 섞인 노랫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교회에서 기도하는 애인의 모습(‘내게 애인이 생겼어요’)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교회에도 가고 싶다고 했다. 올가을에 그 애인과 결혼을 하겠다는 공개 초청장 같은 노래를 불렀다.

뭔가 이벤트가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는데, 역시 나훈아였다.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리는 ‘나훈아 테스형의 징글벨 콘서트’ 티켓이 지난 17일 오전 10시 예스24 티켓 사이트를 통해 오픈 8분 만에 전부 매진됐다. 예매 시작되자마자 티켓 사이트가 마비됐다. 나훈아의 콘서트 표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피케팅’(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케팅이라는 뜻)이란 말이 붙을 정도다. 티켓 사이트가 오는 24일 오픈되는 서울 공연과 내달 1일 오픈되는 대구 공연 예매 역시 치열한 피케팅이 예상된다.

2020년 추수감사절을 보내고 이제 곧 징글벨, 성탄절의 달 12월을 맞는다. 캐럴 ‘징글벨’은 163년 전 미국의 제임스 로드 피어폰트가 지은 곡이다. 1857년 가을 추수감사절 발표 당시 제목은 ‘말 한 마리가 끄는 마차 썰매’였다. ‘징글벨’은 겨울이 되면 전 세계를 울린다. 국내에서도 1978년 현이와 덕이의 캐럴 음반 ‘디스코 크리스마스’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많은 연예인들이 음반에 수록했고 겨울이면 모두가 따라 불렀다.

지난 추석 ‘테스형’과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등으로 희망을 주었다면 이번엔 징글벨 콘서트로 성탄의 기쁨과 행복한 새해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선물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 캐럴도 잘 들리지 않는 요즘이다. 나훈아의 징글벨 콘서트를 계기로 징글벨이 온 누리에 울려 퍼지는 12월이 됐으면 좋겠다.

윤중식 종교기획부장 yunjs@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