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동래파전 뒤집기

국민일보

[한마당] 동래파전 뒤집기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0-11-21 04:05

동래파전은 부산의 명물이다. 동래구의 대표 음식인데 조선시대 때 동래부사가 삼짇날(음력 3월 3일) 임금에게 바치던 진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길쭉한 쪽파 위에 굴, 홍합, 새우 등 해산물과 반죽을 얹고 달걀 푼 것을 덮어 지져낸 동래파전은 독특한 식감을 자랑한다. “동래파전이 특미를 내는 것은 반죽이 밀가루만이 아니고 쌀을 갈아서 사용해 찰진 맛을 주는 점이다.… 광복 전까지만 해도 인근 고을에서 동래파전 먹는 재미로 동래장 간다고 할 정도로 유명했다.”(부산시 홈페이지 ‘특산물·명물’ 코너) 동래구청 옆의 ‘동래○○파전’이 2015년 ‘백종원의 3대 천왕’ 방송을 통해 소개된 이유다. 백종원은 “보통 전 하면 튀겨진 듯한 식감을 생각할 텐데 동래파전은 폭신하고 촉촉한 떡 같다”고 했다. 4대째 이어오는 이 식당은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육성하는 ‘백년가게’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동래파전이 정치권에 소환됐다. 김해신공항이 사실상 백지화되고 여당이 부산 가덕도신공항을 밀어붙이는 와중에 부산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동래파전을 불러냈다. 안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구·경북을 고립시키고,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내 편으로 만들어 내년 보궐선거 이기고, 내후년 대선판까지 흔들어보겠다는 것”이라며 “TK와 PK 간 감정의 골이 충분히 깊어지고 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동래파전 뒤집듯 뒤집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덕도신공항’은 선거판에 실컷 이용된 뒤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여당이 주요 사안을 손바닥 뒤집듯 한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기 위해 당헌을 무시하질 않나, 선거 앞두고 대규모 국책사업을 뒤엎질 않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 추천이 무산되니 자신들이 보장해준 야당 거부권을 없애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하질 않나…. 동래파전은 긴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는데 여당은 당리당략에 따라 말과 행동이 수시로 바뀐다. 카멜레온인가.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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