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토하는데도 강제로 먹이는 게 자폐아동 치료·교육이라니…

국민일보

[단독] 토하는데도 강제로 먹이는 게 자폐아동 치료·교육이라니…

대구사이버대 교육영상 충격… 행동치료사 수강생들에게 제공

입력 2020-11-21 04:02 수정 2020-11-22 11:13
한 남성이 두 손으로 자폐아동의 얼굴을 붙잡은 상태에서 행동치료사로 추정되는 여성이 아이의 입에 숟가락을 넣고 있다(위 사진). 여성이 음식 먹기를 거부하는 자폐아동의 턱을 붙잡은 모습도 포착됐다. 이 장면들은 대구사이버대가 행동치료학 수강생들에게 교육자료로 제공한 영상에서 캡처한 것이다. 제보자 제공

자폐아동이 구토하며 거부하는데도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등의 영상을 대구사이버대가 행동치료사 수강생들에게 교육자료로 제공했다. 울며 몸부림치는 아이를 성인들이 붙잡고 입을 열어 음식을 먹게 하거나, 상자 안의 물건을 억지로 다른 상자에 옮기게끔 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겨 있다. 장애인 단체와 전문가들은 충격적인 인권침해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 측은 교육자료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일보가 20일 입수한 대구사이버대 행동치료학과의 ‘행동치료이론 13주차 행동치료원론1’ 교육 영상에는 치료를 명목으로 자폐아동을 함부로 다루는 장면들이 담겼다. ‘식사거부 아동의 특징’이라는 영상에서는 자폐아동이 구토하며 괴로워하는데도 치료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아이의 입에 음식 뜬 숟가락을 거듭 집어넣는 장면이 발견됐다. 영상에는 “아이가 뱉은 음식을 강제로 주워 담아 입속에 넣었다” “다시 뱉으려고 하면 아이의 인중과 턱을 위아래로 눌러서 입을 다물게 했다”는 내레이션이 나왔다.

‘거실에서 일반화’ 영상에는 자폐아동이 음식 먹기를 거부하자 성인 2명이 아이의 몸을 붙잡고 입을 열어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장면이 있었다. 영상에는 “처음에는 (아이가) 식사를 거부했지만 아이의 ‘식사 회피 행동’을 철저히 차단하자 다시 비빔밥 식사를 잘 먹었다”는 설명이 포함됐다. 정상적인 치료였으며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자폐아동이 물건을 한 상자에서 다른 상자로 옮기는 장면을 담은 ‘지시 따르기 지도’라는 영상도 논란이 됐다. 이 영상에서 자폐아동은 고개를 숙이고 괴로운 듯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데, 치료사로 추정되는 인물은 아이의 손을 잡고 물건을 빠르게 옮기도록 채근했다. 이번에는 “강압적인 방법인 조건부운동을 통해 지도했다”는 설명이 영상에서 흘러나왔다.

이 영상은 교육자료를 접하고 문제점을 인식한 한 수강생의 제보로 장애인단체와 전문가들에게 확산됐다.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영상 내용을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비윤리적 치료라고 규정했다. 센터는 “반인권적 교육을 즉각 중단하라” “교육을 주도한 교수진의 사퇴를 요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일보가 자문을 요청한 전문가들도 영상 내용을 인권침해로 봤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동물한테도 하지 않을 행위를 사람에게 한다니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박사는 “옛 형제복지원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구시대적인 영상”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치료와 학대가 구분돼야 한다”고 했다. 공포를 조성하는 방법을 썼다면서도 이를 ‘치료’라고 설명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곽 교수는 “트라우마로 또다른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사이버대 측은 이 영상을 통한 교육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책임자 격인 행동치료학과 A교수는 “구토하는데도 먹게 한 것은 분명한 혐오 자극이고, 대부분 사람들이 영상이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며 “(지적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영상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육 영상은 학계의 권위 있는 다른 교수가 과거에 만든 것이고, 영상에 나오는 치료법은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해당 치료법은 과거에 중증 자폐아동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된 것이라는 해명도 있었다.

한편 대구사이버대는 22일 공식입장문을 내고 영상 자료 활용과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어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행동치료에 대한 흐름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영상을 함께 보여주었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내용들과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앞으로 영상 수정과 교체를 하도록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 차원에서도 콘텐츠에 삽입되는 영상 자료 사용에 대한 관련 심의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고 덧붙였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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