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외교 대통령 바이든의 에너지 정책

국민일보

[한반도포커스] 외교 대통령 바이든의 에너지 정책

오미연 미국 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안보프로그램 국장

입력 2020-11-23 04:07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외교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경제 침체, 국내 정치 분열이라는 난제를 안고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정권 초기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외교는 바이든의 오랜 전문 분야이자 외교 정책과 국내 정책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먼저 외교에서 성과를 내 이를 국내 정책을 펼칠 기반으로 다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은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할 것으로 보이고, 2년 뒤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의 하원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 내각 임명과 주요 정책에서 공화당의 반대뿐 아니라, 민주당 내의 진보와 중도 진영 간의 분열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내 정치 상황에서 바이든이 대선 캠페인 때 내걸었던 공약 중 트럼프 행정부와 급진적인 변화를 보이는 정책을 바로 실행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초반에 국내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는 동력이 매우 중요하다.

기후 변화와 클린 에너지는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다. 에너지는 국내 정책과 외교 정책의 중요한 접점이다. 바이든은 대선 공약으로 클린 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관련 기술 연구 및 혁신에 2조 달러를 투자해 2035년까지 전략 분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야심 찬 공약은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 기존의 목표를 하향 조정하여 절충안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파리 기후 협약에 재가입하는 것은 의회의 승인 없이 대통령 결정으로 가능하지만, 그 이후 협약이 정한 기준에 따라 2025년까지 미국의 (2005년 기준에서) 탄소 배출의 26%를 줄이려면 연방 정책과 연계되어 실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규제 정책을 뒤집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의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행정명령과 같이 제한된 방법으로만 추진할 수 있다.

바이든의 상원의원 시절을 같이한 사람들은 그가 중도주의자이자 신중한 실용주의자이기에 6선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바이든은 화석 연료 생산 금지를 서둘러 정책화하는 것은 국내 정치적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곧 깨닫고, 이를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재설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메탄가스 제한, 이산화탄소 포집(CCS), 첨단 원전 기술 등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정책이 조정될 수 있다. 특히 미국 전기 생산의 20%를 차지하는 원전을 배제하고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여 탈탄소화를 이룰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해, 지난 7월 상원에서 통과된 핵에너지 리더십 법안(Nuclear Energy Leadership Act)과 같이 초당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바이든의 클린 에너지 정책의 향방은 이번 대선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던 미시건·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주의 블루월(Blue Wall)을 중간 선거 및 차기 대선에서 수성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 지역 경제가 자동차 및 에너지 산업 등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급진적인 친환경 정책을 펼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과 국제 사회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할 협력을 도출해 글로벌 리더십을 재건하고, 그 외교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후 변화는 중국과도 협력이 가능한 분야라는 점에서 향후 바이든의 대중 정책 기조에도 중요하다. 이러한 흐름을 잘 읽고, 한국의 그린 뉴딜 정책과의 접점을 찾아 한·미 간 클린 에너지 협력을 제시하여, 한·미가 서로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오미연 미국 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안보프로그램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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