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후쿠시마와 올림픽

국민일보

[뉴스룸에서] 후쿠시마와 올림픽

모규엽 사회부 차장

입력 2020-11-23 04:01

지난 20일 주한 일본대사관이 느닷없이 한국 기자들을 불렀다고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 때문이었다. 이 자리에서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하면 한국 등 주변국이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본 측은 바다 방류 결정 시기에 대해 “조만간 결정되리라 생각한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연내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또 “2022년에는 탱크가 채워지고 어려운 상황이 된다. 2022년 여름쯤을 상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일본은 이미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로 보인다. 일본은 도쿄 주재 외교단을 대상으로 100회 이상 설명회를 개최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많은 국제회의에서 오염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물론 오염수를 기준치에 맞게 재처리해 방류하면 해양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해 왔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취임한 지 10일 만에 후쿠시마 원전 시찰에 나서기도 했다. 해양 방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계속해온 셈이다. 하지만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될 경우 방사능이 포함된 어류가 한반도로 넘어올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정화 작업을 해도 인체에 치명적인 세슘137, 스트론튬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남는다고 한다. 특히 그린피스는 오염수가 방류되면 1년 만에 동해가 오염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방류된 세슘 오염수는 그 이듬해부터 동해로 유입됐다.

하지만 당장 코앞에 닥쳐온 위험에 대해 정부의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국제 공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뿐이다. 오히려 시민단체들이 오염수 문제에 더 적극적이다. 조용한 움직임은 지난해 여름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 때와 사뭇 다르다. 당시 외교부는 “오염수 방출 문제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에 적극적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최재성 위원장은 “일본의 방사능 위험이 도를 넘고 있다. 심각한 범죄행위”라고까지 했다. 정치권에선 도쿄올림픽 보이콧 목소리까지 나왔다.

기우일지 모르겠지만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도쿄올림픽 참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청와대와 정부에선 일본을 두고 ‘죽창가’나 ‘토착왜구’와 같은 감정적 단어가 사라지고 ‘평화’ ‘올림픽’이라는 말이 더 많이 나온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 때처럼 도쿄올림픽을 지렛대 삼아 남북 관계 개선을 이루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2021년 도쿄,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을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치러내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고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방일했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의원 등도 도쿄올림픽 협력을 일본 측에 잇따라 제안했다.

하지만 남북 관계 개선만큼 국민의 안전과 생명도 중요하다. 일본은 이르면 올해 안에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다고 했다. 그만큼 시간이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서둘러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안전성이 담보될 때까지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한번 쏟은 물은 다시 주워 담기 힘들다. 하물며 이미 일본이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한 뒤 문제를 제기하고 원상복구시키기는 더욱 힘든 법이다.

모규엽 사회부 차장 hirte@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