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행동하는 것”… 16년째 소외 아동 돌보는 ‘호주인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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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행동하는 것”… 16년째 소외 아동 돌보는 ‘호주인 아빠’

아동양육시설 아이들 품는 데이비드 송 선교사

입력 2020-11-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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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송 선교사가 지난 16일 충남 홍성 광천읍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거실 한쪽 벽에는 그가 16년간 인연을 맺은 아이들과 찍은 사진이 빼곡히 붙어있다. 홍성=신석현 인턴기자

충남 홍성 광천읍의 작은 마을에 16년째 소외된 아동들을 돌보는 외국인이 있다. 말총머리에 푸른 눈을 한 이방인의 이름은 데이비드 송(65)이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데이비드 선교사라 부른다. 호주가 고향으로, 한국말은 서툴지만 아메리카노보다 커피믹스를 즐길 정도로 한국인 패치를 탑재했다.

광천읍 자택에서 지난 16일 만난 데이비드 선교사는 성탄절 파티 준비로 분주했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이며 집을 꾸밀 재료 등이 집 안 한쪽에 쌓여 있었다. 집 한쪽 벽면에는 지금껏 인연을 맺었던 아이들과 찍은 사진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데이비드 선교사는 매일 아이들 사진을 보며 그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기도한다고 한다. 그는 “내 삶의 역사가 여기 있다”며 웃었다.

데이비드 선교사가 처음 한국에 온 건 1972년이었다. 호주에서 태권도를 배운 그는 태권도 훈련차 사부의 나라에 오게 됐다. 그 후로 2번 정도 더 한국을 다녀갔다. 호주에서도 태권도 사범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던 그는 한국 아이들에게도 자신이 배운 걸 가르쳐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2005년 무작정 사회봉사단체 등에 메일을 보냈다. ‘태권도, 합기도, 영어 등을 가르칠 수 있으니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3개월 만에 광천읍의 아동양육시설 사랑샘에서 답이 왔다. 그 길로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 애초 한 달 정도 봉사하고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선교사는 그때를 떠올리며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마음을 뺏겼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받아야 할 아이들이 부모의 학대나 방임으로 시설에 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하나님께 ‘왜 아이들을 이렇게 내버려 두시느냐’고 부르짖었다”며 “그때 하나님께서 ‘네가 저들에게 사랑을 전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사명이라 생각하고 한국에 완전히 정착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선교사 집에 놓인 나무 액자. 아버지의 마음을 담아 직접 만들었다. 홍성=신석현 인턴기자

지금껏 데이비드 선교사가 돌본 아동은 40명 정도다. 장성해서 대학을 졸업한 친구도 있고, 결혼한 친구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가끔 만났지만, 요즘은 영상통화 정도밖에 못 한다. 데이비드 선교사는 “그래도 아이들의 말 한마디가 힘이 된다”며 “최근에 한 친구와 대화하다가 ‘호주인 아빠’라는 말을 썼는데, 그 친구가 내게 호주인 아빠가 아니라 ‘유일한 아빠’라고 하더라.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의 아이들 사랑은 이름에서도 나타난다. 사랑샘에 처음 왔을 때 가깝게 지낸 남매가 있었는데 데이비드 선교사는 그들의 성을 따서 자신의 한국 성으로 삼았다. 사람들이 그의 이름 뒤에 원래 성인 ‘팝지’ 대신 ‘송’을 넣어 부른 것도 그때부터였다.

데이비드 선교사는 일주일에 이틀은 지역아동센터에 가고 3일은 사랑샘에 나간다. 영어와 운동뿐 아니라 드럼·기타·키보드 연주와 미술 등 그가 가진 여러 달란트를 이용해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돼 주고 있다.

사랑샘 관계자는 “영어교재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음식이나 아이들 선물도 만들어서 갖고 오신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꽤 많이 걸릴 것”이라며 “아이들이 엄청 좋아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선교사는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고 아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메시지는 ‘너는 사랑 받고 있다’는 말, 단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봤다.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그 이유를 자기 때문이라고 여긴다”며 “그러나 그건 아니다. 아이들은 사랑받고 있다.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고, 또 하나님께서 아이들을 사랑하신다”고 강조했다.

자비량 선교사라 넉넉지 못한 재정에 주변에선 다른 일을 더 하면서 봉사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언하지만, 데이비드 선교사는 단호하게 “돈을 버는 것보다 아이들 돌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동 비자로 바꿔서 일하면 돈을 더 벌 순 있겠지만, 그만큼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은 적어질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그는 “사랑은 동사다. 나는 그저 하나님의 사랑을 행함으로 보여줄 뿐”이라며 “하나님이 우릴 사랑한 것같이 우리도 서로를 사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성=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