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언론과 여권, 누가 틀린 걸까

국민일보

[돋을새김] 언론과 여권, 누가 틀린 걸까

남도영 편집국 부국장

입력 2020-11-24 04:04

언론에 난 기사만 보면 문재인정부의 성적표는 별로다. 정치는 협치 대신 분열의 구도가 고착됐다. 불필요한 논쟁을 만들고, 과도한 편 가르기 구도가 심화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이 정도면 정리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틀리는 경우가 많다.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 통계청의 10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은 3.7%로 2000년 10월 이후 동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상태다. 또 내년 나랏빚은 945조원으로 치솟아 국가채무 비율은 46.7%에 달할 것으로 예고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분석 결과, 문재인정부 집권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58% 올랐다. 지난주 24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때 취재기자들이 보고한 시장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았으면…”이었다.

조국 사태로부터 시작된 검찰 개혁 논란이 ‘추미애-윤석열의 막장극’으로 계속 방영되고 있다. 모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문재인정부의 가장 큰 성과였던 대북 정책은 남북, 북·미, 남·북·미 정상회담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미국의 바이든 시대에 맞춰 새로운 판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 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장관을 향해 “장관님, 정도껏 하십시오”라고 했다. 다음 날 노무현정부 정무수석이었던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과 관련, “국민이 너무 짜증 낸다, 둘 다 임명권자가 인사조치 해야 한다”고 했다. 많은 국민이 공감했지만, 정 의원은 여권 지지자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렸고, 유 전 사무총장의 해법은 메아리가 없다.

상황만 보면 문재인정부는 이미 위기에 빠졌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언론과 야당의 비판에도 문재인정부의 토대는 의외로 견고한 측면이 있다. 가장 큰 지표인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안정적인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집권 3년 반이 지나도록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41.1%)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어떤 집권세력도 경험하지 못했던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많은 정치평론가가 “조국 사태가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재임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는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민주당이 중간평가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으니, 국민이 문재인정부를 압도적으로 지지한다고 볼 확실한 근거가 됐다. 실업자가 증가해도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언론이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집권 세력 입장에서는 “문제될 게 없다, 우리 계획대로 잘 되고 있다”고 주장할 만한 상황이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언론의 지적이 틀린 것일까, 문재인정부가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정답을 내리기 힘든 문제인데, 분명한 것은 현 정권의 국정 운영 방식이 당분간 바뀔 가능성이 없고, 바꾸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이 앞으로도 아파트값이 오른 것은 박근혜정부와 다주택자들의 투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계속 들어야 하고, 검찰 개혁을 향한 추 장관의 거침없는 투쟁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 4년 전 결론이 내려진 대형 국책사업이 합리적 설명 없이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율, 민주당의 압도적 국회 과반의석, 반성도 대안도 없는 식물 야당, 적폐가 된 검찰, 전 세계적 코로나 위기 상황이 이어지는 한 이런 풍경이 계속될 것이다. 이런 풍경이 문제라고 말하면 “문제가 아니다”라는 설명이 되돌아온다. 이상한 일이다.

남도영 편집국 부국장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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