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종족인 ‘동향족’ 언어 성경 봉헌… “생전 처음 자신들 말로 하나님 말씀 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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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종족인 ‘동향족’ 언어 성경 봉헌… “생전 처음 자신들 말로 하나님 말씀 읽게 됐다”

99% 무슬림 인구 70만 종족 위해… 김스데반 선교사 25년 번역 ‘결실’

입력 2020-11-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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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스데반 선교사 부부가 22일 서울 서초구 남서울교회에서 동아시아 A국 소수 종족인 동향족 말로 만든 신약성경 봉헌 예배를 드린 뒤 성경을 보고 있다.

성경번역선교회(GBT)는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는 소수 종족을 전 세계 3000여개로 추정한다. 동아시아 A국 서북부 지역의 동쪽마을에 사는 ‘동향족’도 그중 하나였다.

서울 서초구 남서울교회(화종부 목사)에서 22일 동향족 말로 번역된 신약성경의 봉헌 예배가 열렸다. 동향족 말을 로마자 알파벳으로 적은 이 성경은 김스데반 선교사가 헌신해 만들어졌다. 김 선교사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자신들의 말로 하나님 말씀을 읽게 됐다”고 했다.

김 선교사 부부는 25년간 연구해 지난 4월 신약성경 번역을 마무리했다.

김 선교사는 1989년 성경번역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GBT와 남서울교회 파송을 받아 2년간 미국에서 성경번역에 필수인 언어학을 공부했다. 93년부터 A국에서 소수민족 언어를 연구하며 언어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동쪽마을로 갔다. 인구 70만명의 동향족은 99.99%가 무슬림이다.

김 선교사는 기독교인이라는 게 발각돼 2018년 A국에서 추방당할 때까지 25년간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연구했다. 목표는 분명했다. 동향족 언어로 성경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었다.

선교사가 아닌 언어학자 신분으로 현지 언어학자 및 지방정부와 함께 알타이계 몽골어인 동향족 언어를 연구했다. 2000년엔 영어로 표기한 동향족 언어 사전도 만들었다.

김 선교사는 “한글로 표기할 수도 있지만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했다. 그들에게 의견을 구해 알파벳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2002년부터 A국 정부와 동향족 마을 인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4년씩 두 번, 총 8년간 언어 교육도 했다. 성경 번역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동향족 사람들이 쓰지 않던 표현과 단어를 연구하면서 기간은 길어졌다. 심리적 압박도 받았다.

김 선교사는 “조심스럽게 친구를 사귀며 한두 명에게 복음을 전했지만, 열매가 없으니 심적으로 힘들고 조바심이 났다”며 “성경 번역을 영원히 못 할 것 같다는 부정적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A국 정부와 동향족 무슬림들은 김 선교사와 주변 사람을 감시했다.

A국에서 추방된 뒤 한국에서 번역을 마무리해 지난 4월 인쇄를 시작했다. 신약성경은 지난달부터 동향족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전달되고 있다. 김 선교사 부부는 성경을 받은 동향족 사람들의 반응을 인터넷 화상으로 확인했다.

아내인 정한나 선교사는 “하나님의 사랑이 크고 강하고 끈질긴 것을 봤다”며 “손에 성경을 든 형제들이 기뻐하고 감사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구약성경도 동향족 언어로 번역하고 아이들을 위한 책도 만들 계획이다.

글·사진=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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