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1주택’시대 열겠다더니 ‘공공임대주택’ 살라는 정부

국민일보

‘1가구 1주택’시대 열겠다더니 ‘공공임대주택’ 살라는 정부

무주택자도 예외없이 대출막아

입력 2020-11-24 00:08

정부가 최근 내놓은 11·19 전세대책은 공공임대주택의 공실과 신축 빌라나 상가·오피스 공실 등을 모두 합쳐 11만4000가구의 전세 물량을 공급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공급 형태는 다양하지만, 대책 내용을 모두 합치면 한 마디로 ‘전세용 공공임대주택 보급’으로 요약된다.

이를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집값 상승과 전세난 등 최근 불거진 부동산시장 난맥상이 심화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寶刀)’처럼 공공임대주택 공급만 자꾸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6·17 대책 등 정부 규제 후폭풍으로 7~8월 매매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때도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꺼냈다. 서울 권역에 13만2000가구의 주택 공급 계획을 밝힌 8·4 대책에서 정부는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하면서도 증가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달 중산층도 들어갈 수 있는 ‘질 좋은 평생 주택’을 검토하라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주거복지 차원에서 공공임대주택 보급을 확대하는 것은 반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도 그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보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를 돌파했다.

하지만 매매든, 전월세든 시장에서는 물건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데 정부가 시장 원리와 다소 거리가 먼 공공임대주택 공급만 계속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3일 “우리 같은 개방경제에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지원하는 데 그쳐야 하는데, 현 정부는 공공이 모든 주택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계속되는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애초 정부·여당이 공언한 ‘1가구 1주택 시대’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무주택자에게도 예외 없이 대출 규제를 적용하고 신용대출 길까지 막으며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끊고 공공임대주택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각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공공임대주택 위주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현 정부가 개천에서 용 나는 건 막으면서 가재, 붕어, 개구리로 평생 살라고 하는 것”이라는 날 선 반응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당 의원이 다수인 국회 도시공간정책포럼 창립기념식에서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20%까지 선진국처럼 올려가는 것이 부동산 문제의 중요한 해법(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발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을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정부가 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11·19 대책 때 나온 공공임대주택 공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요즘 같이 부동산 품귀현상이 심할 때도 서울 시내에 수천 가구의 공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공공임대주택이 수요자와 미스매치(부조화)가 많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시장 수요와 맞지 않는 공급이 오히려 나중에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단기간의 공공임대주택 급증이 부동산시장 조정기 때 충격파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 교수는 “올해 규제 영향으로 서울 외곽의 중저가 주택 매매가 늘고 가격이 올랐는데도 ‘패닉 바잉’이 이어졌는데 공공임대주택이 급속도로 확대될 경우 추후 부동산 가격 조정기 때 이런 주택들부터 수요가 공공임대로 흡수되면서 중저가 주택의 경우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서민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한 것이 중저가 주택을 매입한 또 다른 서민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의 지나친 확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 부채를 늘리는 동시에 전체적으로는 주거 품질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11·19 대책에서 매입임대주택의 매입 단가를 높이고 고품격 자재를 사용해 품질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다세대주택 위주의 매입임대주택은 주민공동시설이나 놀이터 등 주변 인프라 측면에서 아파트보다 부족한 게 많다고 지적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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