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꿈을 가진 사람들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꿈을 가진 사람들

이원하 시인

입력 2020-11-25 04:02

좁은 집에서 고양이 3마리와 살고 있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늘 조금이라도 더 넓은 집에서 살아보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친구였다. 친구는 조만간 꿈을 이루기 위해 집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좁은 집에 대한 불편을 자주 호소하던 친구였기에 나는 이 소식이 반가웠다. 그만큼 살 만해졌다는 뜻이기도 해서 더 좋았다. 그런데 꿈을 이뤄가는 친구의 목소리가 슬프게 느껴졌다. 말인즉슨 친구는 최근 한 모임에 나갔다가 넓은 집에서 살고 싶은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고, 곧이어 모두의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나도 최근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질 좋은 가죽 냄새를 맡은 뒤로 가죽의 매력에 빠져 등록한 공방에서였다. 나보다 먼저 가죽공방을 다니고 있던 선배는 나에게 10년 가는 가죽제품을 사고 싶거든 프랑스로 가고, 100년 가는 가죽제품을 사고 싶거든 이탈리아로 가라고 했다. 그 말에 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둘 다 싫다고 했다. 이미 가죽으로 유명한 나라 말고 아직 가죽으로 유명하지 않은 나라에서 질 좋은 가죽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선배는 꿈에 부푼 나에게 그런 나라를 절대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왜 사람들은 꿈을 가진 사람을 불편해하는 걸까.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꿈과 좋아하는 나라에서 가죽제품을 사 오겠다는 꿈이 왜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와 나는 궁금했다. 왜 아무도 꿈을 응원해주지 않는 건지 궁금했다.

꿈을 가진 사람을 멋있게 보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꿈보다 현실적인 걸 선호한다. 그래서 나는 슬프다. 누구나 가슴 안에 분명 커다란 꿈을 품고 있을 텐데 그 꿈을 감추거나 방관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고로 다시금 꿈꿔본다. 세상에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아지고 서로가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는 세상이 오라고 말이다. 꿈에 대해 떠들다가 꿈을 이뤄줄 기운이 잔뜩 모이라고 말이다.

이원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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