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집 운영하며 1억원 기부… “아프리카에 학교 건립 서원 지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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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 운영하며 1억원 기부… “아프리카에 학교 건립 서원 지켰죠”

[하나님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월드비전 후원자 이야기 <1> 김용문 집사·박선자 권사 부부

입력 2020-11-25 03:05 수정 2020-12-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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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은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밥 피어스 목사가 한경직 목사와 함께 설립한 국제구호개발기구로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종군기자였던 피어스 목사는 전쟁고아의 죽음을 목격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로 나의 마음도 아프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며 전 세계 어린이를 살리는 일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아낌없는 나눔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월드비전의 고액후원자들을 소개합니다.

최근 월드비전에 1억원을 기부한 한빛민속떡집 대표 김용문 집사가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법동전통시장 떡집에서 시루떡의 고물을 정리하고 있다. 대전=신석현 인턴기자

지난 20일 방문한 대전 대덕구 법동전통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5분 정도 걷자 한빛민속떡집이 보였다. 가게 입구에는 대표인 김용문(63) 송촌장로교회 집사가 2018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만난 아이들과 함께한 사진 여러 장이 진열돼 있었다. 이곳에서 푸근한 미소를 가진 김 집사 부부를 만났다.

김 집사는 최근 월드비전에 1억원을 기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거액을 기부한 이유가 궁금했다. 김 집사는 “2년 전 르완다 우무베를 방문했을 때, 이곳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겠다고 하나님과 약속했다”고 말했다.

김 집사가 출석하는 송촌장로교회는 월드비전 협력교회로 2014년 월드비전과 ‘긍휼 콘서트’를 진행했다. 박경배 송촌장로교회 목사는 2018년 월드비전 비전패스터로 위촉돼 교회의 나눔 사역을 이끌고 있다. 김 집사는 박 목사 등과 동행한 르완다에서 아픔과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르완다에서 만난 이들은 가난에 찌든 삶을 살았다. 남편 없이 자녀들을 키우는 싱글맘의 삶은 고달파 보였다. 예닐곱 살 아이들도 경제활동을 해야 할 정도였다. 아이들은 맨발로 걸어서 길은 물을 이웃들에게 팔았다. 그렇게 파는 물 한 통의 가격은 50원 정도. 방문한 가정마다 상황은 비슷했다.

“기막힌 상황이었어요. 학교도 방문했는데 우리 일행을 본 아이들이 우르르 따라왔어요. 제가 어릴 때 미군 병사들을 보고 쫓아간 생각이 났죠. 열악한 환경인데도 아이들의 표정은 생동감이 있고 밝았어요. 이곳에 학교를 세우면 좋겠다 싶어 월드비전 관계자에게 건축 비용을 물어보니 1억원이라 하더군요. 몇 년 후 은퇴해 떡집을 팔면 미련 없이 학교를 짓겠다고 하나님과 약속했어요.”

김용문 집사와 아내 박선자 권사가 기부 동기를 설명하는 장면. 대전=신석현 인턴기자

김 집사는 귀국 후 아내 박선자(61) 권사에게 이야기해 승낙을 받았다. 김 집사가 소유하고 있던 밭을 팔자 박 권사가 먼저 이 대금으로 기부를 하자고 제안했다. 박 권사는 “남편은 중요한 일을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편”이라며 “아프리카에서 하나님과 약속한 것도 혼자 결정하고 알렸다”고 말하며 빙그레 웃었다.

1998년 대전에 자리 잡은 김 집사 부부는 떡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전엔 서울에서 전기공사 사업을 했는데 IMF구제금융 시절 재산을 대부분 잃고 이곳으로 왔다. 절박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박 권사가 먼저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예상치 못한 시련이 생겼다. 박 권사는 “손주가 갑작스레 발달지연진단을 받으면서 죽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눈물로 기도하며 하나님께 매달렸다”고 말했다.

기도 응답으로 손주는 지난봄부터 조금씩 차도를 보이며 대화도 가능해져 한시름 놓게 됐다. 박 권사는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지만, 손주를 이렇게 회복시켜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며 “남편이 하나님과 한 약속을 당연히 지켜야 하고 손주를 낫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든 올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집사 부부는 평소 나눔의 삶을 실천한다.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이름 없이 도와주는 일에 앞장선다. 추수감사절이면 인근의 작은 교회에 떡을 돌린다. 부모의 영향을 받은 딸 김다윤(35)씨도 대학생 때부터 후원을 시작했다. 김씨는 “어릴 때부터 늘 이웃을 생각하고 가진 걸 나누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본받고 싶어 간호사가 됐다”며 “부모님의 나눔과 부지런함, 성실함을 배우고 싶다. 부모님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 집사는 코로나19로 이전보다 한산해진 지난여름 충남 금산의 수해 현장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그동안 백두산 외엔 여행한 적이 없다. 여행에 돈을 들이는 것보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게 더 좋다”고 했다.

김 집사가 후원한 돈은 르완다 음웨지 지역의 기항고 초등학교 교육환경 개선사업에 쓰인다. 교실 건물 5칸과 도서관, 교무실 등이 내년 상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학교 현판에는 김 집사 부부의 손주 이름이 새겨진다. 김 집사는 “딸이 결혼해 자녀를 낳으면 외손주 이름으로 학교 한 개를 더 세울 것”이라며 “친손주와 외손주를 똑같이 대우하겠다”고 말했다.

박 권사는 어려울 때일수록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더 돌보자고 권했다. “코로나19로 힘들어도 어머니 세대의 보릿고개만큼은 아니지 않을까요. 어려운 시기를 견디다 보면 경기도 풀릴 것이고요. 이전보다 더 나은 날을 소망하며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의 손을 잡아주면 어떨까요.”

대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